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표는 '기록'이다. 나의 말과 생각은 형상이 없어 날아가지만 그것을 글로 표현해 기록해 놓는다면 시각화되어 언제든지 다시 읽어 볼 수 있는 나만의 기록물이 된다. 나는 일기를 꽤 꾸준히 쓰고 있다. 명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책인가 글을 읽고 일기를 쓰는 것이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 꾸준히 쓰게 되었다.
일기를 쓰는 방식은 다양했다.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10년 전쯤. 그때는 노트에 손글씨로 직접 일기를 썼다. 손으로 직접 일기를 쓰면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면서 일기를 섬세하게 쓸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손이 꽤나 아팠다. 그래서 몇 권의 노트를 채운 뒤에는 타이핑을 통해 PC에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처음에는 한글 파일에 매일 한 편의 일기를 썼는데 날이 지날수록 무수히 늘어날 파일이 감당이 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서 고민하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블로그는 비공개로 해놓았다.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니. 단지 블로그를 일기 저장 공간쯤으로 활용했다. 블로그에는 약 3년 치의 일기가 적혔다. 하지만 블로그도 온전한 나의 공간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다음 찾은 방법은 아이패드였다. 아이패드에 적는 일기는 처음 일기를 쓸 때처럼 손으로 적지만, 일기가 적히는 곳이 디지털 공간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아이패드에 일기는 굿노트라는 앱을 통해 작성하였다. 처음에는 캘린더를 캡처해서 각 날짜 칸에 간단한 키워드를 적고 자세히 쓸 내용이 있는 날이면 프리노트를 추가해 더 많은 내용을 적는 방식으로 작성했다. 이런 방식이 나에게 잘 들어맞았고 이후에는 예쁘게 디자인된 굿노트 다이어리 템플릿을 구매해 작성하기 시작했다.
일기에 쓰이는 내용도 다양하다. 나는 일기를 철저한 하루 기록용으로 쓴다. 일기를 쓰는 방식에는 그날의 감정을 남기는 사람과 그날의 사건을 나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일기에는 나의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하루가 고스란히 적힌다. 그리고 그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한 감정이나 생각을 사이사이 집어넣는다. 그래서 지난 일기를 보면 내가 그날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절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 그 시절 나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그 시절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일기를 읽을 때 가장 재미있는 파트는 아무래도 내가 연애를 하고 있을 때다. 연애를 하게 되면 혼자일 때보다 일상이 다채로워지고 더불어 느끼는 감정도 다채로워지니 일기의 내용이 연애를 하지 않을 때보다 더욱 풍성하다. 연인과의 행복한 순간 그리고 그때의 나의 감정, 연인과의 다툼이 있을 때 나의 감정 등이 아주 적나라하게 적혀있는 일기를 읽어보면 참을 수 없이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련하고 또 한편으로는 즐거움이 스쳐 지나간다.
일기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앞서 말했듯이 일기는 나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용도로 가장 많이 쓰인다. 그다음으로는 나를 이해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과거의 일기를 통해 나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한다. '나는 이런 상황에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나는 이런 상황을 이렇게 받아들이는구나.'를 과거의 기록을 통해 얻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나에 대한 레퍼런스가 내 일기에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일기를 씀으로써 감정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 짧고 비형식적이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것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기를 활용한다.
블로그에 작성하는 이 글 역시 일기와 비슷한 맥락으로 작성된다. 지금 시기에 나의 생각, 내 관심사 등을 블로그에 자유롭게 기재하면서 나의 생각을 남기고, 나의 일상을 남긴다. 더불어 글 쓰는 연습을 해본다. 시간이 지난 미래에 이 글을 다시 읽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이지 기대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