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박한 덕질
지난 글의 연장선에서 나는 무엇을 덕질하고 있는가 고민해 봤다. 이 고민은 즉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와 연결이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테니스에요."라고 말한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는 약 2년쯤 되어간다. 테니스 붐이 생기기 바로 전쯤 지인의 추천으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내가 랠리를 할 수 있어질 때쯤 테니스가 'MZ 세대'에서 유행하는 스포츠로 변모하였다. 덕분에 '테린이'를 위한 테니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랠리에서 멈추지 않고 코드에 나가서 테린이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구력이 1년 미만인 테린이들이 속한 동호회에 가입하여 처음 코트에 나갔을 때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실내 테니스장에서 레슨을 받던 나에게 야외 풀코트 테니스장은 너무 넓고 광활했다. 코치님이 예쁘게 쳐주시던 공과 달리 랠리조차 버거운 테린이들이 쳐주는 공은 서로 받아치기 힘들었다. 컨트롤은 엄두도 못 내던 테린이들의 공은 눈치 없이 옆 코트로 흘러갔고 테린이는 '죄송합니다.'를 연신 내뱉으며 공줍기에 바빴다. 자꾸 죄송했지만 그래도 염치없이 코트에 계속 나가다 보니 점차 죄송할 일이 줄어들었다. 랠리가 점차 안정화되었고 구력이 조금 높은 분이 참여하게 되면 게임도 시도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지금, 나의 테린이 라이프는 많이 달라졌다. 랠리는 유산소 운동처럼, 게임은 누구보다 즐겁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발리로 득점을 내고 상대가 어렵게 보낸 서브를 받아내고 끈질긴 랠리 끝에 포인트를 얻을 때의 쾌감을 느낄 줄 아는 테린이가 되었다. 테니스 대회도 나가봤다. 팀전(2복1단)으로 나가서 난생처음 단식 경기를 뛰어봤는데 복식과는 또 다른 테니스 경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무려 3승이라는 쾌거도 얻기도 했다. 나의 유튜브에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각종 테니스 콘텐츠가 업로드되어 있고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를 챙겨보며 언젠가 현장에 가서 직접 보리라 다짐도 하게 되었다. 동호회 가입을 위해 처음 샀던 소중한 윌슨 라켓과 더불어 단순히 색감이 예뻐서 헤드 라켓을 하나 더 사게 되었고 난생처음 테니스 가방도 매보게 되었다.
테니스를 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을 꼽자면 햇살이 좋은 날 야외에서 게임을 할 때이다. 반팔을 입기에 적당한 날에 덥지 않은 따뜻한 햇살 아래서 테니스를 치고 있으면, 내 팔에 햇살이 닿는 느낌이 든다. 온몸으로 햇살을 받고 있는 느낌이 들면서 테니스를 열심히 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바람이 살짝 불면 바람이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더위를 식혀주고 햇살을 묻혀주고 간다. 테니스만큼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곧 온다. 테니스를 행복하게 칠 수 있는 계절이. 1년에 3개월. 너무나 소중한 3개월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도 테니스를 열심히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