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지나고부터인가 고향에 가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애인은 없니?'. '결혼은 언제하려고' 와 같은 관심어린 말들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요즘 결혼 적령 시기가 많이 늦어졌다고 하지만 이십대 중반에 결혼하신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직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버티다 버티다 서른 세살이 되었고, 아직도 고향에 가면 밥을 먹다가도 '결혼' 이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대학생 때는 기숙사에 살다가 고향에 가면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다가 돌아오곤 했었는데, 이제는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타지에 있는 자취방이 더 편하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는 나만의 아지트이다.
오춘기 같던 삽심대 초반을 지나서 이제 서른 네살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십대 때와는 달리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점점 변해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마냥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십대 후반 정도 되면 하늘에서 떨어진 예쁜 색시와 자연스럽게 결혼을 할줄 알았다.
요즘 드는 생각은 '결혼'에 대한 부모님의 관심과 사회에서 나를 보는 따가운 '시선'만 없다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언젠가는 나도 마흔 살, 쉰살이 되어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지금과 또 달라질 수 있다. 이십대 때는 경제적인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항상 취업과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살았다.
중학교 때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성적표 받는 날만 기다리던 모범생이었다. 반장, 부반장을 여러번하기도 하고, 180여명이 되던 전교생 중에서 졸업할 때는 장학금을 받을만큼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성적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친구들보다 좋은 대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열등감 때문이었는 지, 대학교 때는 누구한테도 지기 싫었다. 이런 열등감은 나를 더 열심히 살게 만들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학점 관리, 대외 활동, 봉사 활동, 토익, 공모전, 어학연수, 신문사 기고, 해외 인턴까지 안해본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내 이력서에 채워넣었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서 그런 지 나는 항상 여유가 없었다. 누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쫓기듯 불안감을 안고 이십대를 살아갔다. 하지만 서른살이 넘은 지금은 그래도 그 때보다 작은 경제적 여유도 생겼고, 내일이 당장 두려운 불안감도 사라졌다. 누구나 아는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나름 안정적인 회사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삼십대가 되서 좋은 것들이 여러 개 있다. 이십대 때 갖고 있던 막연함과 불안감이 없어졌다는 것, 언제든 아메리카노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 출장갈 때는 법카 긁는 재미를 느끼는 것,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라도 가벼운 여행정도는 갈 수 있는 것,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과자를 마음껏 사먹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카메라를 사고 사진 취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이정도가 삼십대가 되서 좋은 것들이랄까.
생각해보면 삼십대가 되어서 좋은 것들은 참 별거 없다. 그저 작은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이십대 때와 달라진 듯 하다. 물론 앞으로 인생에 대한 계획을 얘기해보라면, 당장 미래도 계획도 없고 막막하기만 하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평생 숙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