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드니 사진이라도 예뻐야지

by 망고

오늘은 어떤 해시태그를 넣을까? 어떤 제목을 붙여줄까? 고민을 하다가 어떤 한 분이 '삶이 뭐 같으니 사진이라도 예뻐야지' 하고 아주 예쁜 풍경 사진을 인별그램에 올린 걸 봤다. 이때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다. 브런치에는 '삶이 힘드니'라는 표현으로 부드럽게 바꿨지만 그분이 쓴 문장이 내게 직설적으로 와닿았다.


20살 때 대학교 학보사 수습기자를 했던 나는 DSLR이라는 신세계를 접했다. 묵직한 무게와 까만 멋스러움, 커다란 렌즈가 어쩜 그리 멋있어 보이 던 지, 이때부터였나. 알지도 못하던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ISO 원리를 이해하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사진을 발로 찍어가며, 아주 가끔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기도 했다.


08년도쯤 대학교 1학년 때 DSLR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는지, 주위엔 비싼 DSLR 하나 정도 구매하는 이들도 많았다. 나도 보급형 DSLR을 하나 장만했었다. 이렇게 나의 파란만장한 사진 생활은 시작됐다.


DSCF2966.jpg 가을 늦자락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가 '찰칵' 거리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진을 찍다 보면 몇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평일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떨쳐지는 기분도 들고, 나를 위해 생각하고 위로해주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집에 와서 스스로 작품이라 생각하는 사진 원본들을 돌려가며 보정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보정을 할 때는 감성적인 필름 느낌을 좋아한다. 현실에서는 이런 감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사진에라도 담고 싶은 마음이다.


인별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마음에 드는 제목을 붙이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다. 이제는 어떤 사진을 찍을 지 고민하는 만큼 제목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게 된다. 사진을 찍을 때 내가 가졌던 생각, 사진을 찍고 난 뒤 내가 드는 감정들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는 게 어느샌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무 의미가 없던 사진에 제목 한 줄을 붙여주고 나면 작품이 완성된다.


DSCF2960.jpg 천천히 지나가기


내가 좋아하는 사진 소재는 일상적인 풍경들이다. 애인이 없어서 인물 사진을 못 찍는 건 절대 아니다(흠).

평소에 보지 못하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을 땐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길 속 낡은 집과 가구들, 알록달록한 풍경들, 사람들의 사는 모습 등 마음에 드는 풍경과 구도를 발견하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참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찰칵'거리는 DSLR이 그저 좋았다면, 이제는 사진을 찍으면서 설렘을 느끼고, 재미를 찾아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그냥 사진 자체가 좋아진 것 같다.


사진을 찍기 전까지는 뚜렷한 취미가 없었다. 남들은 다 하나쯤 취미를 갖고 있던데 나는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물으면 취미나 특기를 떳떳하게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사진을 정말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인의 웨딩 촬영 부탁이라도 받으면 미니 웨딩 앨범 정도는 만들어 줄 정도의 실력은 갖추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닌다.


IMG_5988.jpg 대프리카의 여름

생각해보니 20살 때부터 내 옆에는 항상 카메라가 있었다. 그만큼 카메라는 나에게 취미 그 이상의 의미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많이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색감을 찾았다가도, 다른 사람들의 예쁜 사진을 보면 금방이라도 취향이 바뀌게 된다. 사람이 어떻게 하나만 좋아할 수 있을까?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해 보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거, 좋아하는 색감을 찾으면 되지.


DSCF3079.jpg 오늘도 해가 저물기에


최근에 사진 찍는 일이 더 많아졌다.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 시기는 내가 정말 정말 힘들다는 의미이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이별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잘 사는 게 쉽지가 않구나 느끼는 요즘이다. 하루하루 마음이 힘들기에, 마음이 불안하기에 계속 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50살이 넘어서도 내가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면, 카메라를 처음 만져보고 빠져버린 20살의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또, 앞으로 찍는 사진은 평소엔 보기 힘들 정도로 예쁠 계획이다. 삶이 힘드니 사진이라도 예뻐야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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