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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May 25. 2022

적응의 동물

초등 1학년 엄마 경력 3개월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는 오늘도 혼자 등교했다. 8살이 되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3월에는 난리도 아니었다. 등교 시간에 맞춰 나간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길을 건너고, 학교 언덕을 오르고, 2층 교실에 올라가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 시간... 등등 그런 것들을 하나도 계산하지 않았던 엄마였다. 아마 교실에 도착하면 딱 9 시인 경우가 많았을 거다.

하교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아이가 보이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엄마들이 손을 흔들고 이름을 부르고... 흡사 팬미팅 같았다. 어느 날은 아이가 내려오지 않았다. 쿵쾅거리는 마음을 안고 올라갔더니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놀고 있는 아이. 크게 불렀더니 엄마가 운동장에 왔다며 좋아한다.

갑자기 아이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영화도 보여주고, 지하철 타고 서점에도 다니고, 카페에 가서 같이 책도 읽었다. 가끔 아이가 친구랑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통보하면 따라갔다. 둘째가 하원하면 또 놀이터에 나갔다. 그렇게 3월이 지나갔다.

4월부터는 '아이 알리미'라는 센서를 가방에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등, 하교 시간이 스마트폰으로 알람이 온다. "교문을 통과했습니다". 그 알람 보고 나가서 아이를 만난다. 손목시계도 사줬다. 친구랑 놀려면 미리 엄마한테 말하고 가기로 약속도 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나오는 시간도 서로 정했다.

아침에도 8시 30분에 나가는 걸로 정하고 시간을 지켰다. 문 앞에 가방부터 내놓고, 도서관에 반납할 책도 챙긴다. 동생이랑 같이 나가자고 해도 먼저 나가는 게 편하다고 한다. 단지 앞이 학교라서 괜찮다. 가끔 4층에 사는 같은 반 친구랑 우연히 만나서 같이 등교하기도 한다.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있으면 다른 친구를 만나서 가는 모습도 본다. 그게 아니면 혼자 씩씩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감상하곤 한다.

나 역시 4월은 다시 내 시간을 찾았다. 몇 개월 동안 미뤄뒀던 초고도 시작했고, 얼마 전엔 완성까지 했으니 말이다.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나니 내 일상 귀한 줄 알겠더라. 짧은 3시간의 오전을 더 잘 보내고 싶어 진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 모든 순간이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일 수 없다. 오히려 돌발 상황, 걱정거리들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결코 잔잔할 수가 없다.

이젠 여름 방학이 남았다. 그때 또 초반에는 엄청 어리바리하겠지. 그래도 적응하는 기간도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하면 버틸만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일 앞에서의 두려움보다 온몸으로 부딪혀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하교 시간 30분 남았다. 오늘은 조금 미리 나가서 아이랑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면서 들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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