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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Apr 07. 2023

흘러가는 대로

오전에 비가 제법 내리길래 걷기는 잠시 미뤘다.

첫째 하교 시간이 다가오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메모 한 장 남겨두고(엄마 걷고 올게.), 한 시간가량 걸었다. 한 시간 걸으면 7000보 정도 된다.


비가 내리고 있는 건가? 눈으로는 잘 몰랐지만, 자꾸 안경에 빗물이 묻어서 우산을 펴고 걸었다.


믹스 커피, 과자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책상에 앉아서 신문을 볼까,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잠시 창멍을 했다.



둘째까지 하원하고, 언니랑 놀이터에서 30분만 놀다 온다길래 보너스 받은 기분이 들어서 얼른 노트북을 열었다.


'시간 순삭'의 이 느낌은 혼자 있을 때면 더 와닿는다. 그럴 때면 갈라진 틈 사이로 여전히 물 부족 사태가 진행 중이고, 어서 채우라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 듯하다.


그냥 버려지고 낭비되는 시간 없이, 그저 충실하게 내 시간을 보내야 하나? 보다 더 계획적으로 뭔가 채워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끝이 없다.


혼자만의 시간, 그 틈새를 그대로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마르고 갈라져 있으면 물을 채운다거나, 벌어진 틈을 있는 그대로 방치해 본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뭘로 덮어두던가.


뭘 하지 않았다는 후회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지금의 나와, 내가 원하는 나의 그 사이에 대단한 걸 끼워두려고 무리하지 말자.


'오늘의 나'에 집중해 보는 거다. 뭔가에 몰입하는 것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도 다 나의 선택이다. 중요한 건 바로 그 '선택'이라는 점.


내가 직접 선택하고 설계한 하루에 나를 중심에 두고 지내다 보면 나에게 맞는 방식이나 패턴이 생길 것이다. 그것이 쭉 지속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혼자 있을 때 뭘 하든, 하지 않든 오늘 선택한 삶에 최선을 다해보는 것. 후회 없이.

지금 이렇게 기록하고픈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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