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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Dec 23. 2020

착하다는 쓸모없는 칭찬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게 싫다.

"아빠 엄마 말씀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 되지"


착하게 행동하면 칭찬을 받긴커녕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되어,

나는 그저 약삭빠르지 못하고 그저 순하기만 한 아이로 평가되었던 기억들이 많다.


겉과 속이 다른 어른들의 반응에 혼란스럽다가도

그래도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으니까, 그게 맞는 건지 알고 학습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나야 나!!


어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어렸을 때의 내면 아이를 자주 만나게 된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그 아이는 마흔 살인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 느끼는 불편하고 아픈 감정을 보여주면서

나는 아직도 슬퍼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이런 나의 내면 아이를 토닥이고 그 기억에서 빠져나와야만 육아의 세계가 수월하게 돌아간다.

특히 엄마의 감정, 말투, 행동 방식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다.

내가 그렇게도 부정하고 싶은 어렸을 때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이게 되면

뭐 그 날 기분은 그냥 연쇄적으로 여기저기 무너져내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책 <천재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자신의 어린 시절,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엄마만이 자식의 마음을 온전히 읽고 공감해 줄 수 있다. 운명을 부정하고 보이지 않는 사슬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한, 절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마찬가지다.


착해야 된다는 말은 감정을 통제하면서 드러내지 말라는 말일 수도 있다.

어른들 기준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라는 것은 아이를 아이답게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스스로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항상 주눅 들고 말 못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뚜렷한 목표가 생기기도 어렵다.


하지만 감정 통제는 감정 조절과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면

화가 나거나 상대방이 틀렸다고 느껴지는 감정은 그저 부정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여,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명상을 할 때도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은 바로 내면과 자주 소통하고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까?


그건 누가 대신해서 해결해줄 순 없다.

회피하고 싶고 덮어두고 미뤄둔다면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살아온 대로, 생각해온 대로만 살아가는 것은 아무 일 없는 평온한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겉과 다르게 속에서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들이 빈번하게 생겨남을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에게 화를 내고, 자기 의견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적어도 너희들은 나와는 다르구나.

내가 조금 더 나를 깨고 나와야겠구나 싶다.


그래서 나를 중심에 놓고,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육아의 본질은 아이도 키우고 나를 키우는 것.

그렇기에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보다,

엄마인 내가 먼저 확실히 중심을 잡고 내면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 더 절실하니까.


착하다는 하나도 쓸모없는 칭찬은 하지도 말고 듣지도 말자.

그리고 그런 말에 신경쓰지 말자.

강한 내면은 쓸모없는 말에 휘둘리지 않을 힘을 갖고 있다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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