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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Dec 25. 2020

놀이터의 추억이라 쓰고 육아 경험치 쌓기라 부른다.


몇 년 전 일이 생각이 난다.


첫째 아이 3살, 둘째는 아기 띠에 넣고(?) 다니며 이리저리 놀이터를 다니는 일상이 매일 이어지던 날들이었다.


특히 그네는 어린아이부터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까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인기 최고!!

아이는 그네를 보자마자 막 뛰어간다.

움직이고 있는 그네 가까이 가면 위험하고, 

다들 줄을 서 있는데 앞으로 가버리려고 하는 아이를 잡아야 하니 나도 따라서 뛴다.


그런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아예 모르는 3살짜리 아이는,

내가 타고 싶은데 엄마는 왜 자꾸 타지 말라고 나를 막는지 엄청 속상했을 거다.

아무리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 육아 세계에서의 대화;;;;;


아이는 떼를 쓰기 시작한다.

아이의 데시벨은 점점 높아지고 놀이터에 있는 시선들이 나에게 쏠리는 것이 느껴지고...

나의 피도 얼굴로 다 쏠린 듯 화끈거림이 몰려온다.


아기 띠 안의 둘째의 무게, 사람들의 시선, 첫째 아이의 막무가내 행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무겁고 벅차게 다가오는 이 순간... 흑. 


난 그냥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만 싶은 생각뿐이었다.

다른 걸로 아이의 관심을 돌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떼를 쓰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냥 놀이터를 벗어나버리니,

아이는 더 속상하고 억울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한때는 그 시선들이 너무나도 신경 쓰였었다.

내 아이만 바라보고 가도 시간이 모자란데, 

내가 그저 아이 울리는 못난 엄마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컸나 보다.


지금이야 뭐 그때를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을 정도로 놀이터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지만..

이젠 놀이터에 가면 내 아이만 나를 찾는 게 아니더라.

다른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도 다 들어줘야 한다는;;ㅋ


물론 둘째에게도 그네에 돌진하고 차례 지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더 이상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여유가 생기고 경험치가 쌓였던 게 아닐까.


나중에 오늘을 기억했을 때 후회, 아쉬움이 없는 오늘이 되도록, 지금의 육아에 진심을 쏟기로 다짐해본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다짐하고 반성하고 해야 육아의 세계는 그나마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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