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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Dec 15. 2020

제대로 잘 노는 아이로 키우기

자연 친화적 육아

"엄마, 나 모래 파고 싶어. 모래에 그림 그리고 싶어."


놀이터에 가도 그네, 미끄럼틀 다음 코스로 반드시 모래 놀이를 하고 들어와야 하는 아이들.

그렇기에 한때는 모래 놀이에 적합한 장소를 찾으러 다닌 적도 있었다.

둘째는 4살이 훌쩍 넘은 지금도 유모차를 자주 타는데,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 산책을 갈 때 모래 놀이에 필요한 도구들을 넣어 다니려면 유모차가 편할 때도 있다.


바깥 놀이는 모래 놀이만 있는 게 아니지.


나무에 물을 주고 싶다고 해서 분무기 2개를 챙겨 밖으로 나가 뿌리게 했는데, 왜 그런 것도 가지고 다니냐고 묻는 엄마가 있어 당황스럽기도 했었고,


우리 아이들이 나뭇잎으로 재밌게 놀고 있는 걸 보고, 같이 놀려고 달려온 손녀에게 그렇게 지저분한 거 갖고 놀면 안 된다고 하시며 손녀를 쏙 다시 데리고 간 할머니도 있었다 (지저분한 게 도대체 뭐길래;;;).


아이들이 돌멩이를 늘어놓으며 모래 놀이를 하는 걸 보고 "왜 어지럽히면서 노는 거냐고 항상 여기 어질러 놓는 거 너네들이지?" 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 막말을 하는 할머니도 있다.

물론 나는 어질러놓는 거 우리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막무가내 고집불통 할머니 귀에 그 소리가 들릴리는 없다.


놀이터가 아닌 바로 옆 나무, 모래에서 노는 걸 궤도 밖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에 많이 놀랬었다. 놀이터에 왔으면 무리들 속에서 그네, 놀이터, 시소만 타는 것이 놀이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렇게 놀아야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을 시야에 넣어두려 하는 건지... 뭐 잘 모르겠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만 놀게 놔두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잠깐만 고개를 돌려도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또래 아이들만 모여서 노는 곳이 아닌, 더 큰 언니 오빠들도 같이 놀기 때문에 어른이 옆에서 가까이 있는 것이 여러모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될 수 있으면 아이들과 바깥으로 나가서 자연을 접하도록 해 주고, 놀이터에서도 가까이 있어준다.


어제 아이들과 잠깐 볼일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너무 추워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큰 아이가 묻는다.

"엄마 겨울인데 저 나뭇잎은 계속 초록색인데?"

(도대체 어떤 나무, 넌 이 상황에 나무가 보이는구나..ㅋㅋ)

겨울에는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소나무가 신기하게 보였었는지 물어보길래 솔방울이 달린 소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초록색 뾰족한 잎이 달려있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확실히 시야가 넓다. 어른들이 좁다기보다는 보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 더 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같이 그림책을 볼 때도 나는 그저 페이지 넘기기에 급급하지만, 아이들은 항상 잠깐! 을 외치면서 그림을 다시 보려 하고, 나에게 보이지 않았던 그림을 찾아낼 때는 내가 더 신기하고 좋아한 적도 있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연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또 크게 반응한다.

작년에는 여기에 빨간 열매가 열렸는데 또 언제 열리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는 아이.

연두색 열매가 빨갛게 변했을 때 기뻐하는 아이.

솔방울들을 주우며 엄마 솔방울, 아기 솔방울이라고 크기대로 분류해보는 아이.

공동 현관문을 나서며 공기가 상쾌하다고 말하며,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 라고 표현하는 아이.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더불어 일상 속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찾을 수 있게 한다.


내가 이렇게 아이들의 바깥놀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계기는 편해문 작가님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을 읽고 깨달았던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내지 않는다.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하다. 묵상이나 명상을 할 때 어른들이 가장 편하게 쉬듯이 놀이를 할 때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면 그것은 놀지 않거나 놀지 못해서라고 해도 좋다. 아이들은 명상이 명상이 아니라 놀이가 명상이다."


사실 아이들과 집에서 계속 있는 건 서로를 지치게 한다.

하지만 밖을 나가는 순간 아이는 물론 나도 조금은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아이들의 놀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관찰해보고 만져볼 수 있게 허용하는 엄마의 넓은 그릇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나의 마인드셋은 육아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바깥 놀이는 필수다.

밖에 나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자양분으로 공급되기 때문이 아닐까.

4살, 6살, 바로 지금이 아이와 밖에 나가서 놀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확진자 증가로 인해 또다시 가정보육이 시작되고, 겨울방학도 이어질 예정이다.

육아의 무게가 버겁지 않다고 할 순 없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이왕이면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건강하고 지혜롭고 창의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아이로 자랄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경험을 쌓고, 특별한 뭐가 없는 상황에서도 맨손으로 재미나게 놀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엄마인 나도 나의 삶 속에서 재미와 의미를 잘 찾아가야겠다.

엄마가 먼저 그 재미를 알아야 아이들의 놀이도 언제든지 허용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잘 놀면서 재미나게 육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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