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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Dec 31. 2020

응팔 정봉이 엄마에게 공감 못한 이야기

어느 날 아침, 그날도 역시 미란(정봉 모)만 이리저리 분주하다.

설거지, 빨래, 연탄 갈기, 전화받기 등드르등등..

미란을 제외한 세 식구는 어쩜 그리 천하태평인지,

TV 화면 속 그들과 지금 내 옆에 있는 이들과 오버랩되는 이 상황에 소오름이 끼친다.


그러던 미란에게 급히 친정에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급하면 어서 가셔야지, 이럴 때 왜 우리의 엄마들은 한 번씩 꼭 망설이는지 난 또 속이 상한다.


미란은 가족들을 집합시켜서 연탄 가는 방법, 냉장고 반찬 종류, 옷장 속 내용 및 위치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집을 나선다.


식구들은 난리가 났다.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자유를 있는 그대로 누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르면서도, 한편으론 엄마가 없는 시간을 그렇게도 기다리고 있을 식구들을 생각하니 뭔가 씁쓸하기도 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도착한다는 미란의 전화를 받은 식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질러진 집안을 빛의 속도로 치워나가는 모습들ㅋ

집은 정말 반짝반짝하게, 미란의 손길이 닿은 그 상태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미란은 깨끗한 집을 보며 표정이 별로 안 좋다.


미란이 기분이 안 좋은 이유는... 식구들이 내가 없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쉬웠으리라.


아 그게 왜요... 안 찾으면 좋지 않나요?

식구들이 알아서 착착 집안일을 해 놓으면 너무 좋지 않나요?

그게 뭐 그리 서운하다고 그러세요 정봉 어머님!!


뭐 하나 찾을 때마다 엄마를 불러대는 가족들 틈에서 지내고 있는 나는 문득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네 에피소드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정봉 어머님의 감정선에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난 아직 엄마의 찐 정서가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고 말이다.


혹시 또 모르지.

지금보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지금이 미치도록 그리워질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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