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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Jan 08. 2021

모든 게 술술 풀리는 삶은 없다.

영화 <패밀리 맨>이 나를 울렸다

요즘처럼 나 자신이 그다지 생산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을 자주 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브랜딩하고 콘텐츠를 쌓아가고 내보이며 승승장구해나가는 모습에 좌절하고 비교하면서 말이다.

디지털 노매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어떤 룰이 되어버린 것처럼 환경이나 시간은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시대에 전업 주부인 나도 반드시 생산적인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눈에 보이는 어떤 성과나 멋지고 큰 계획이 있어야만 행복하고 성공한 것일까.

그런 것이 없기에 지금은 실패한 거고 불행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실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늘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괴롭고 무겁기까지 한 것은 아닐까.


자꾸 잡히지 않는 뜬구름만 쫓고, 놓쳤던 지난 무언가에 미련을 두면서 지금. 현재가 아니었다면, 벗어난다면 뭐든지 잘할 것 같은 생각, 아니 착각이 나를 억압했던 게 사실이다.

그 이유가 맞다는 것에 한번 치우쳐버리니, 자꾸 현재의 소중함, 감사를 잊게 된다.

지금 같은 이런 상황만 아니면 달라질 텐데, 잘될 텐데, 성공하고 잘 살고 있었을 텐데. 라며 일부러 더 내 상황을 나쁘게 몰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뭐?

그런 생각, 후회, 미련이 주는 게 뭔데?

그런 것들이 주는 건 그저 정체뿐이다.

생각의 꼬리, 거품만 늘어나는 것뿐이라고. 그리고 악순환.


이 와중에 만난 영화 <패밀리맨>은 이런 나의 답답한 감정을 제대로 건드렸다.


어떤 근사한 계획이 보장되어야만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직접 깨달아야만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 <패밀리 맨> 2000.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13년 전 잭과 케이트는 공항에서 서로를 마주 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잭은 꿈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

케이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잭을 보내면 다시는 함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에 잭을 붙잡지만, 잭은 아주 잠시뿐이라면서 자신의 길을 간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잭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현재 아주 성공한 삶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잭은 케이트와 결혼을 한 삶으로 이동하게 된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결혼이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혼을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내 꿈을 포기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누리고 싶은 것에 대한 허용의 폭이 좁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계속 현실을 부정하며 이건 나에게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러다가 꿈꾸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 잭은 케이트를 설득한다.

직장, 집, 아이들의 학교, 케이트의 일을 모두 바꿔야 하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잭에게 케이트는 말한다.

누군가는 우리의 삶을 부러워한다고 말이다.


각자의 삶도 그 나름대로 좋겠지만 나는 "우리"를 선택한 거라고 말이다.

선택한 것을 지키기 위해 힘들고 어려워도 지금을 살아가는 거라고 말이다.

모든 게 술술 풀리는 삶이 상상이 되는지, 말만 하면 해결되는 삶이 있는지 묻는다.


현재, 오늘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도는 내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눈물이 나왔다.

결혼과 출산을 겪지 않았다면 몰랐을 놀라운 경험과 감정들이 분명 있었고,

그 속에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어서 말이다.


나는 내가 지금을 선택했다는 것을 망각했었다.

힘들고 어렵지만 헤쳐나가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거다.


영화는 잭과 케이트가 마주 보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줌 아웃 (zoom out) 하면서 끝난다.



결혼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맞춰나가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 속 케이트의 말처럼 모든 게 술술 풀리는 삶은 없다.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렇기에 나 자신하고도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이 결혼 생활이고,

나아가서는 인생의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리라.


내가 오늘 풀어야 할 해결점을 찾자.

어차피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고, 내가 선택한 결과임을 잊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

지금을 잘 살아내는 자에게 새롭고 멋진 기회는 찾아올 테니 말이다.

영화 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게 만들려면 지금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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