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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Mar 30. 2021

서서히 결을 맞춰가는 친구


참 많이도 다른 성격에 서로에게 끌렸던 건 분명한데, 시간이 지나니 왜 그게 늘 싸움의 원인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렇게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언성이 높아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이의 육아가 시작되던 그때부터였다.


육아에 서툴고 부족한 나 자신을 돌보기는커녕 답답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나만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억울함에 상대를 그저 화풀이 대상으로 치부해버린 것이 사실이다.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서로의 의견 차이는 상대와 같은 공간 속에서 얼굴을 매일 마주해야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때는 몰랐다. 사실 서로가 두 아이에게 치이다 보니 서로가 원하는 것이 같다는 것을 말이다.

그건 바로 각자 혼자만의 시간, 공간!!

그걸 배려해 줄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더 손해 보는 삶을 살고 있다는 심보가 생겨 버리니,

서로의 눈에 보이고 마음속에 들어있는 것도 뻔했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면서 아빠, 엄마에게도 조금씩 여유라는 것이 생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각자의 시간과 공간 속에 파묻혀 지내는 것을 갈구했다.


각자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 때마다 거창한 건 아닐지라도 혼자'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그 꿀 같은 시간이 주는 삶의 긍정적 순환 효과를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난 육아와 살림이라는 무겁고 암울하기만 한 의무감을 책을 읽게 되면서 조금씩 걷어내고 바꿔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상대가 모든 걸 해결해 주기를 바라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삶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나는 서로 완전히 상반된 경제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계획적인 저축과 소비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이었고, 나는 정반대였으니, 얼마나 서로가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되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안고 나에게 모든 경제권을 넘긴 그도 그 당시엔 엄청나게 무모한 배팅을 한 거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ㅋㅋ.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난 무엇보다 계획적인 소비와 저축에 삶의 비중을 크게 두고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기본적으로 간소한 삶을 추구해나가려 하다 보니 물질적인 면은 물론이고 내 마인드도 한결 가볍고 개운해졌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대환장, 고통의 시간을 지나오게 한 건 바로 책을 읽는 삶을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였다.


육아 말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면 상대의 관심사와 성장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결을 맞추어나가는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 싶다.


그는 말한다. 내가 책을 읽고 변한 것 같다고.

그리고 이런 나의 일상을 아주 조용히 지지해 준다.

맞춰 나가기 위해 애쓰지 않았는데, 그저 서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각자를 좀 돌아보고 났더니, 미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누그러진 그 자리에 나에 대한 사랑을 채웠더니 비로소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물론 아직도 뾰족하고 날카로운 말들을 주고받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첫 번째 화살에 모든 걸 걸지 않게 되었다는 거다.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쏘아대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했던 서로가 이제 서서히 결을 맞추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조용한 지지자인 내 친구, 남편 덕분에 나는 더 열심히 살고 싶어 졌다.

그리고 그 조용하고 묵묵한 지지는 잘 알지 못하는 삶에 대해 깊게 탐구해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멀리서 친구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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