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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Apr 04. 2021

깜냥이 안되면...

어느 날 남편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목표나 꿈이 있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브랜딩 해나가고 능력을 발휘해나가는 이 세계의 놀라운 속도감에 대해 한참을 떠들고 있던 나를 보며 남편도 궁금했겠지.

'그래서 이 여자는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그때 내가 건조하게 툭 던진 말은 이거였다.

"음.. 시간이 흘렀을 때 말이야.  '어! 바로나 이 사람.. 아직도 뭐라고 끄적끄적 쓰고 있네?, 아직도 여기서 버티는 중이구먼?' 이런 말을 듣고 싶어"


나는 잘 버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버틴다는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삶만 살아온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왕 이렇게 마음먹었으니, 그럼 버티는 삶은 어떤 것일지 생각을 좀 해보자.

이미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부터 꽤 만만치 않을 거라는 느낌이 팍팍 오지만 말이다.


버틴다는 것은, 바로 내 옆에서 화려하게 피는 꽃을 초라하게 바라보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철벽 앞을 매일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거기에 이거 왜 하냐고, 뭐 하러 하냐고, 누군가 찬물을 끼얹더라도 모른 척하고 넘겨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


사실 난 나의 깜냥이 안 되는 걸 알기에 노선을 바꾼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하니까 좋아 보여서, 조급한 마음 그대로 드러내면서 우왕좌왕하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자꾸 실패하더라도, 분명 그 실패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을 거라고 믿으며 내가 직접 그 과정 하나하나를 겪어내 보리라 다짐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버텨내면 포커페이스 유지하면서 어떠한 공격도 웃으며 받아낼 수 있는 소리 없이 강한 모터 하나쯤은 장착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무언가를 써보자는 의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적정 온도의 열정,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마음, 습관이 몸에 익을 때까지 반복해나가는 우직함과 끈기. 아주 여러 가지의 조건들이 뒷받침되는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부터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만들어가면서 버티자. 깜냥이 안되면 버티자.


언젠간 나의 꽃도 한 번은 화려하게 피어날 테니 말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제 몫을 다하는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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