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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Apr 19. 2021

아이들은 기억을 모은다(feat. 영화소울)

주말에 시댁에 다녀왔다.

밖에서 자연물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시골에 다녀오는 일은 신이 나는 일이다.


인터넷 무제한 요금제를 해지한 나는 무료 와이파이가 없는 그곳에서는 스마트폰을 방에 둔 채로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돌아다닌다.


들꽃들을 감상하며 꽃다발을 만들어오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같이 대답해 주고,

마당에서 불을 지피는 할머니 옆에서 소방관 선생님 놀이를 한다. 


어머님이 본인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 노는 것을 보고 있으니 생각이 난다고 하신다.


어머님의 할머니가 만들어 준 꽃 족두리 이야기,

학교에 가는 언니들을 따라가 수업 시간 내내 운동장에서 놀았던 이야기.

놀다가 혼자 집에 오는 길에 말로만 듣던 문둥이 아저씨를 실제로 만났던 이야기.


어머님의 얼굴엔 미소가 퍼져 나갔고,

듣고 있는 나도 어머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그저 신기해하며 따뜻한 느낌을 가득 받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차창 밖을 보며 7살 때 돌아가신 친할아버지를 떠올렸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이 있다.

 

친가 마당에 청포도가 있었고,

손으로 열매를 따다가 벌에 쏘였던 기억.

화롯불에 밤을 구워 먹으며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밤을 보냈던 장면들이 떠오르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기억을 모은다.

철저하게 현재를 산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그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영화 <소울>에서도 결이 비슷한 이야기를 만났다.

내가 하고 싶은 재즈 이야기만 하면서 사는 것만이

삶의 목적에 맞춰서 제대로 사는 거라고 착각했던 주인공.


해 준하지만 일상의 매 순간 나를 기쁘게 해준 것들은 비싸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것들이 결국 자신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거다.


영화 <소울>,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의 글쓰기도 기억을 불러낸 것이 다했다.

아이들처럼 현재를 있는 그대로 저장해나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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