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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Aug 15. 2021

그런대로 살아가는 맛

오늘 아침은 가볍게 먹기로 했다.

삶은 달걀 한 개, 노란색 파프리카 하나를 썰어서 접시에 담았다.

오리엔탈 드레싱을 접시 한 쪽에 곁들여 식탁에 앉았다.

샐러드를 마주하고 있으면 마흔 하나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이렇게 건강을 생각한다 이 말이지.

한 끼 정도는 가볍게 먹어줘야 저녁에 마시는 맥주 한 잔과 그에 어울리는 음식들을 마구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게 진리가 되어간다.


어제 밤엔 아주 오랜만에 야식을 먹으며 예능 프로를 봤다.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멋진 펜싱 선수들이 나온다길래.

아이들을 재우며 배달앱으로 맛있는 양념치킨을 주문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는 ******입니다. 벨 누르지 마시고 노크만 부탁드릴께요. 조심히 와주세요'


드디어 아이들을 재우고, 거실로 나와서 tv를 켰는데. 이런!!!! 이미 시작한 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났구나!

보통 주말밤 예능은 10시 아니었음????

아무튼 치킨을 기다리며 화면을 바라보며 실실거리고 있었다.


'똑똑'

우왓. 치킨이닷.

캔맥주를 꺼내오고, 치킨이 담긴 상자를 열었다.

오잉??


이런 노란 빛깔이라니!!

내가 원한 빨갛고 하얀 소스의 조화는 없었다.

다시 영수증을 봤는데, 내가 주문한 게 맞았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똥집튀김 토핑도 추가했는데!!!!!


남편에게 전화하라고 부탁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애썼다. 휴휴휴휴.


다시 소스만 배달이 왔고, 의도와는 다르게 찍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음...영...맛이 안 난다. 이게 아닌데. 이 조화가 아닌데.

양념 소스에 푹 버무려진 축축(?)한 치킨을 기대했건만.


니맛도 내맛도 아닌 치킨을 먹으며 그래도 재밌었던 tv를 보며 토요일 밤을 보냈다.


시작 시간을 착각한 것부터, 양념 치킨이 아닌 후라이드로 온 것까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밤의 야식에 대한 예의로 달걀&파프리카로 가볍게 아침을 먹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오후 내내 배가 아팠다. 힘도 쑥쑥 빠지고. 누워서 눈을 붙여도 쉽게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다.


누워서 계속 생각했다. 정관장에서 나온 공진단이 효과가 좋다는데,,,,, 음...눈도 좀 뻑뻑한데 눈 영양제도 먹어볼까....자꾸 이런 생각을 하니 몸이 더 늘어지는 듯하다.


아이들과 알라딘 서점에 가기로 했는데, 내 몸이 무거우니 미루고만 싶었다.


문득 든 생각이 며칠 걷지도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몸을 움직이며 막힌 곳을 뚫어야 함을 알았다.


아이들과의 약속도 지키고, 선선해진 밤공기를 맞으며 움직이면 회복될 듯했다.


역시 그랬다.

살던대로, 하던대로. 그게 최고였다.


밤 공기도 좋고, 한산한 시내도 좋았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모든 것이 잔잔해서 좋았다.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오늘 놓친 것들은 잊고, 내일 새롭게 나의 일상을 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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