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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Mar 14. 2021

며느리는 책을 읽으면 안 되나요?

어떤 분이 ‘며느리가 생각 없이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만 읽는 게 맘에 안 든다.’라고 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들이 운영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한 마음은 알겠지만, 며느리가 그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며느리는 생각 없이 책이나 읽으러 다닌다며,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며느리만을 비난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굉장히 불편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만 읽는다는 게 생각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어쩌면 그 며느리는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방법을 알아보러 책을 보러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지금의 힘든 상황에 대한 자신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 것일 수도 있다.

너무나 복잡하고 답이 안 나오는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 도서관을 선택했을 수도 있고, 설사 해결할 의지 없이 도서관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생각이 없다는 비난을 들어야 할 일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생각과 의견을 갖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한다고 들었다. 그저 을이라는 존재는 아주 당연하게 어떠한 이의 제기 없이 그저 내가 정한 룰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그분은 본인은 갑이고 며느리는 을이기 때문에 그렇게 뭔가 능동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 거슬린 게 아닐까.


똑같이 1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누구는 A에 관련된 책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다. 또 다른 누구는 A에 관련된 영상, 인터넷 기사를 쭉쭉 밀어내면서 읽는다. 1시간이 지난 후에 누구에게 더 남는 것이 있을까. 누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만 눈으로 보는 행위가 아님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책을 읽지 않으려는 것과 또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저 여유로운 모습의 한 부분이라고 넘기고, 심지어 요즘 되게 살만한가 보다 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는 것이 나는 참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하다.


나에게도 책을 읽지 않고 지냈던 시간들이 있다. 물론 읽지 않고도 별 불편함 없이 지냈다.

하지만 책을 가까이 한 최근 몇 년 동안 나에게 생긴 변화라고 한다면 바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적극적이고 다양한 태도가 생겼고, 실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책은 한 가지 사고에서만 맴도는 나를 좀 더 다양한 경로로 데려다준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책은 반드시 삶을 변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며느리로 힘들고 버거운 상황에서의 책을 읽는 그 분의 선택을 조용히 지지하고, 분명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분은 어쩌면 며느리가 책을 읽는 것이 맘에 안 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옳은 생각을 쌓아가는 며느리의 성장이 두려운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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