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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Sep 03. 2021

마법의 시간, 9시?

오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에 바로 데려왔다.

둘째는 왜 놀이터에 가지 않느냐고 끝까지 엄마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괜찮다. 6살이 되면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ㅋㅋ

집에 들어와서 간식을 챙겨주고, 피터 래빗 영화를 틀어줬다.

하다가 만 반찬을 마저 만들어뒀다.

"혹시 엄마가 잠들 수도 있으니까. 아빠 오면 여기 콩나물이랑 멸치랑 밥 차려달라고 해!"

"알았어. 엄마~~~~"

침대에 누워 아이들 소릴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나 보다.

짧고 굵게 자고 일어나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지나간 인간극장을 봤다.

<엄마의 기도>였다.

'샤르코 마리 투스'라는 병을 앓고 있는 엄마와 그 병이 유전된 6살짜리 아들과 둘이 살고 있는 이야기다.

그 병은 손과 발의 근육이 약해져서 결국 걷지도 못하고 손의 사용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엄마는 휠체어를 타고, 손의 힘이 약하지만 집안일, 아이 챙기는 것에는 늘 열심이다.

그리고 아이의 재활을 위해 보조기 착용과 걷기 연습을 단호하게 시킨다.

"아이를 키우면서 손을 사용할 일이 참 많더라고요. 누군가 저한테 손과 다리 중에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전 손을 선택할 거예요"

굳은 손으로 밥을 하고, 아이를 씻기고, 자판을 두들기며 일기를 쓰는 서준이 엄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인간극장으로 마음 치료받은 기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보니 아이들은 엘모 dvd를 보고 있었다.

양치하고, 책 읽어주고.

9시다! 얼른 자자! 했다.

통하지 않는다.

"꿈나라로 얼른 가야지. 9시면 다른 친구들도 꿈나라 갈 준비를 하고 있어. 늦게 가면 문이 닫힐지도 몰라"

"정말? 나도 빨리 갈래!!"

"엄마도 얼른 가야지. 너무 재밌겠다!!"

"엄만 오지 마. 우리만 갈 거야"

"그래? 얼른 그럼 가~~ 얼른~~~"

진짜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들이 잠들었다.

오! 이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나.

앞으로 꿈나라의 문이 열리는 시간에 늦지 않게 가자고 해야지!

이제 혼자만의 시간. 

남은 인간극장 보고 나서 자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좋은 컨디션이길.

모두들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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