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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Sep 06. 2021

시소 타기 좋은 계절이라는 위로

난 더위를 그리 타지 않는 편이었다.

더위는 참아도 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 더위는 정말 헥헥거리면서 버텼다.

그 와중에도 여름 놀이터는 최고였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가면서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도저히 그녀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주문한다.

"들어가면 바로 에어컨 켜줘.  손 씻고, 엄마 찾지 말기!"

에어컨 앞에서 '이곳이 천국이네. 인생 별거 없구먼!' 하면서 놀이터에서의 지루하고 더웠던 시간을 털어낸다.


3년 전 가을.

해가 짧아져서 금방 어둑어둑해지는 오후는 유난히 알 수 없는 서러움으로 채워졌다.

손도 시리고, 따뜻한 커피도 생각나는데,  아이들은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코스모스도 따고, 돌도 줍고. 녀석들만의 루틴은 계속 이어진다.

집에 가서 코스모스 나오는 책에다가 이거 붙일 거라며 신났다!

난 차가운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생각했다.

'얼른 이 아이들이 컸으면 좋겠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채민이가 울상이다.

"나 걷기 싫어. 나도 유모차 타고 싶어"

유모차에 두 녀석을 앉힌다.

좁고 불편할 텐데도 마냥 재밌고 좋단다.

그 웃음소리에  또 힘을 내본다.

"그래. 얼른 들어가자. 춥다 추워"


어제 오후, 놀이터는 한산했다.

신나서 이리저리 놀던 그녀들이 시소를 태워달라고 부른다.

둘이 마주 보고 타기엔 무게가 맞지 않는다.

맞은편에 두 아이가 앉고 반대편에 내가 앉았다.

"열 번만 타는 거야~~~"

힘껏 발을 구른다.

아이들은 신나서 까르르 웃고, 자기들도 발을 제법 구른다.

엇. 재미있다. ㅋㅋ

열 번은 무슨. 나도 신나서 어느새 사진도 찍는다.



"다 탔으니까 이제 엄마 찾지 마"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천국을 누렸다.

오늘도 가을 모기에게 몇 번 물렸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시소 타기 좋은 계절이다.

이런 위로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뜨거웠던 더위가 물러갔다.

얼마 못 가서, 정신 못 차리는 추위가 오겠지.

그러고 보면 지금이 딱 좋은 계절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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