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에게

안녕하기 :D

by 지구별여행자

짧고, 굵고, 슬펐다. 가을이.

사계절 중 이별을 맞이했을 때, 그때가 가을이 아니길

그렇게나 바라 왔었는데 그 바람이 무참히 깨어져버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묵혀져 있던 감정이 활화산처럼

치고 올라와 우리는 그렇게 묵언의 헤어짐을 마주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고요하고 조용한 일상에 폭풍처럼

불어닥친 이별. 돌아섰지만 감당이 되지 않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마음이 뭇매를 맞아야 했다.

그가 나를 이해하고, 내가 그를 이해하는데 우리는 한계점이 온 것이라고 이별의 이유를 억지로 끌어다 붙이며 누구의

잘못이라고 이별을 치부하고 싶지 않았다.


하찮은 일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일이 일어나는데 반드시 원인은 있었겠지만

갑자기 순간적으로 짜증이 날 때도 있으니까.


그 감정들은 대체로 어떤 일들이 마음에 켜켜이 쌓인 후

한계점이 넘어 나오는 것이기에. 그날도 그랬을 것이다.

폭풍이 휩쓸고 난 후,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채

각자의 공간에서 시간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고,

가을도 깊어가며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을 때,

숨이 막혀왔다.

인생의 종착지점이라고 생각한 순간에 만난 사람이라서

아니면 서로가 가장 힘든 순간에 만난 사람이라서 나는

지금의 헤어짐을, 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회를 기대하기엔 상대방의 자존심을 자존감을

서로 무참히도 부숴버렸다고 생각했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사람을 잃어버리고 산다는 게

내 인생에서 힘들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붙잡아야 했다. 그러려면 나는 그 사람이 생각한

나의 단점들을 버려야 했다.

친구들과 지인들은 서로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만 놓아주라고 했지만, 한 달여간의 빈자리가

충분히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것은

결국,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닌

싫다는 것을 하지 않아 주는 것임을

스스로 알아가게 된 것이다.

어렵게 그를 다시 만났다.

그 만남의 시작에 가을은 끝나가고 있었고

내 마음의 소용돌이도 폭풍도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소중한 것이라는 그 단어의 의미는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것임을

알았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지켜가는 것에는

조용히 흐르는 시간과 침묵 그리고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가을을 보내주며 얻은 것이 더 컸다.

이별은 어쩌면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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