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되려면 멀었다

몸만자라난어른이

by 지구별여행자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며 사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어떤 문제 앞에서 나는 좀처럼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성적이기 일쑤였으니.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라고 주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들 한다.

문제 하나하나에 그렇게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그 문제로 끝장을 봐야만 끝나는

그 감정선을 따라가지말고 그냥 어느 시점에 그걸 끊어버리면

내 정신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그 간단한 일이 그렇게도 어려웠다.

잠깐의 침묵이나 잠깐의 숨고르기로 그 순간이라도 넘어가면

화가 나거나 욱하는 성질머리가 나오지 않는다는걸 나도 안다.

그래서 화가나면 그 자리를 피하거나 10초라도 숨을 고르라고 전문가들도 이야기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방법이 어려웠다.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있다.

이래도 저래도 괜찮다는 뜻인데, 이판사판은 이래도 저래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으니

스트레스라도 받지말고 뒤집어 엎어버리자는거다.


어린시절 가정폭력에 너무 시달리다보니 어린마음에 꾹꾹 눌러담고 참아야만 했던

그 울분이 성장하는 내내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던 도중에도

어떤 문제 앞에 나는 욱 하는 성격이 먼저 나왔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때는 주변에서 말려주기도 하면서

어느새 마흔이라는 인생의 변곡점 앞에 서서 생각한다.

이런 내 모습이 도대체 나한테 어떤 의미였는지. 앞으로는 또 어떤 의미일지를.

성품이 얼굴에 드러나 그 얼굴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마흔.

그 길 위에서 나는 얼마나 내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남에게 먼저가 아닌,

나 자신에게 먼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마흔의 깨달음이 문득 떠오른다.


학창시절엔 학교를 다 마치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

어른이 되어서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무색하다.


따뜻한 커피 한잔 내려마시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생각해 본다.

어른이 되어가는 일이란, 나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 가는 일이라는 것을.


너그러워지자는 말 역시

숨가쁘게 달려온 인생에 감정까지 그렇게 더해질 필요는 없다는것이라는걸

나는 스스로 알아가는 중이다.

말이 행동이 되어갈 때,

행동이 습관이 되어갈 때.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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