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로 산다는 것

글을 쓰는 일이란

by 지구별여행자

차라리, 악기를 잘 다룰 줄 아는 재능이나

뛰어난 음색을 가져 노래를 잘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운동신경이 뛰어나 몸으로 뛸 수 있는 재능이거나 그마저도 아니라면 머리가 좋아서 공부 쪽으로 선택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가끔 생각해본다.



굳이, 하필이면, 왜 글을 쓰는 일을 한창나이에 직업으로 정해서 매 순간을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살았을까?

잠자는 순간을 빼고는 거의 온종일 지나가는 풍경 하나를 보면서도 어떤 글로 써 내려갈 수 있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작가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다.


방송작가는 여기에 더해, 취재와 섭외라는 옵션까지 더해져 정말이지 머리카락이 온전히 몇 가닥 붙어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뭉텅이 지게 머리카락이 빠져가며 고민했던 시간들 이 내게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남들에게 없는 재주라고 생각하라며 배부른 소리 한다고들 했었지만 내가 좋아서 선택했던 일이었고

그 선택으로 인해 나는 20대에 흔히들 있는 추억들이 거의 없다. 후회는 없었다. 그 시간들이 내게 비상구가 되어주었으니까.

친구들과의 여행도, 풋풋한 나이에 할 수 있는 연애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었던 알바라는 것도 퇴근하고 나서의 혼자만의 여가생활이나 자기 계발을 위해 갖는 시간도 없었다.


출퇴근 개념이 없는 직업인 탓에, 잠시 잠깐 눈 붙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다행이었고 머리는 떡져 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시간을 빼고는

손가락만 주구장창 움직여야 했던 10여 년의 시간이 아스라이 스쳐간다.


애썼다.

스스로 토닥토닥하면서 15년씩이나 글이라는 걸 써왔었구나 하면서 내로라하는 작품이라고는 온전히 나 혼자 탄생시킨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쓴 글이 영상을 통해 읽혀 나올 때면 나는 그 순간이 그렇게 희열을 느끼는 때였다는걸 안다.


그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고 했지만,

그때의 열정이, 노력이, 나는 그리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충분히 다시 쓸 수 있잖아!라고 하지만


아니, 그래. 그렇지. 다시 쓰면 되지. 어떤 글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쓰면 되지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겠어 싶지만

또 더해서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없으면 또 어때. 싶으면서도 시작이 왜 이리도 어려웠던지. 여섯 번의 고배 끝에 브런치의 작가로 시작하면서 나는 앞으로 더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다.


성공이라는 표현 말고 성장이라는 표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글을 쓰는 시간들로.

그렇게 나이 들어서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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