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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범한, 그렇게 소소한
마음과 마음 사이의 경계선
by
지구별여행자
Dec 15. 2020
살면서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평범하게 사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할 것이다.
남들하고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아무 일 없이 주어진 몫을 살아간다는 일.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던히도 어렵고 버거운 일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맥주 몇 캔을 사서 바람이 불어오는 가까운 곳 어딘가에 앉아 당신의 하루 일과를 듣고
함께 했던 사람들의 소소한 흉보기에 맞장구쳐 주며 당신보다 내가 더 열 받아하는 일.
뱃살을 빼야 한다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는 당신의 입에 칼로리가 가득인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 주거나
함께 먹거나 당신은 양치를 하고 나온 다음에 나는 군것질을 하는 일.
바깥 모임이 있어 다녀오는 당신을 기다리며 차 들어오는 소리에 맞춰 숨어 있다가 놀라게 하고는 내가 더 재밌다며 낄낄 거리며 숨 넘어가게 웃는 일.
가끔씩 점심을 먹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어쩌지 못해 한 숨 자는 당신 옆에서 같이 낮잠을 자겠다고 부스럭거리다가 결국엔 잠이 드는 일.
일이 많은 날,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날에는 안주거리를 만들어 술 한잔씩 기울이며 그래도 같이 마시는 게 맛있지 않냐고 혼자 생색을 내어보는 일.
일주일에 한 번씩 안경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알기에 내 손톱 자르면서 당신의 손톱도 잘라주며 가만히 좀 있으라고 잔소리를 하는 일.
자자고 누워서 답답하다고 하면서도 팔이든, 손이든, 다리든 엉덩이든 어디 한 군데라도 닿아놓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더라도 아침까지 어딘가 또 한 곳은 닿아있는 일.
먼저 일어나 시계를 보고 아직 한 시간쯤 더 자도 될 때, 이불 한번 더 덮어주며 더 자라고 하고 나도 잠드는 일.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매일매일 다를 것이 없어도 늘 마주하는 얼굴에 서로 지루해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더없이 감사하다고 할 수 있는 날들이 기를.
그렇게,
그런 내가 당신의 유일한 소소 함이기를. 평범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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