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를 자주 찾아갈 일이 요 근래 좀 있었다. 시골의 작은 면사무소여서인지 그냥 내 기분 탓인지 일 처리 속도와 정확성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마음이 또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 성격 탓이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민원을 신청하는 내 자격지심이 불러오는 탓일수도 있지만 매번 이런마음이 든다는건 상대방에게도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을에서 각 가정마다 마스크를 주기적으로 나누어 주었나보다. 나는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서인지 마을 이장님께 아무 연락을 한번도 받지 못했으니 이번 마스크 배부 소식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벌써 두 번째 배부를 해줬다는 말에 무슨말이냐고 한번도 받은적이 없는데 무슨 마스크냐며 되려 물어보게 되었다. 사시는 곳이 어디시냐며 그 마을 이장님께 연락을 취해본다고 하길래 그러시라고 하고 면사무소를 나와서도 내내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마스크 그게 뭐라고.
그리고 며칠 뒤, 면사무소 직원에게 연락을 받았다. 마을 이장님께서 연락을 하신다고 하셨으니 기다려 보시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엄마집에 있다가 우리집으로 들어가보니 참으로 기가막히게 마스크 박스가 꼭 롤케익을 담은 크기만해서는 테라스에 덩그러니 던져져 있었다. 아니, 그냥 문 앞에 놓았더라면 놓고 가셨구나 하겠지만 담 넘어 던져 놓은 듯 그냥 툭 던져놓고 가신 모양새가 이건 누가봐도 던져놓은거네. 라고 혼잣말을 하게 했다. 어차피 마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야 했던 것이라면 꼭 저런 모양새로 놓고 가셨어야 했나?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시기에, 나누어 쓰라고 나라에서 나온 마스크를 주면서 꼭 자기꺼 떼어서 주는게 속이 뒤틀린다는 모양으로 놓고간걸 보고 전화를 해서 한소리 해볼까 하다가 에이, 말자. 말어. 그 연세에 이정도 밖에 행동할 수 없는 어른이라면 상대해서 기분 상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 젊은 인재들이 없다는 것이 가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 주민들의 80% 이상이 너무 고령이시다보니 그나마 이장이라는 감투를 쓴 그 어르신이 연세가 젊은축에 들어가셔서 억지로 그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길 들은적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기 위한 자리라고 알고 시작한 일이라면 서로서로 기분좋게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건 순전히 내 생각인것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내 인생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라는 울타리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매 순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부대끼고 감정을 나누며 살아가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많은 순간들을 때로는 아파하고, 다치며, 흔들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부모 자식간, 친구들, 연인 간에도 하물며 이웃이나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감정을 더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아플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고 슬픈일도 있으며 화가나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마음을 다치게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 자신이 흔들리는 일.
그래서 우리는 자주 아프고, 슬프고, 화가 날 것이다.
우리 아이보다 어린 손주들을 키우는 그 이장의 모습에서 그집 아이들의 미래가 어떨지 보이는건 그것도 지금 기분이 상한 내 이기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내가 싫으면 상대방도 싫은 것이고, 내가 좋으면 상대방도 좋은 것이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내 아이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
행여라도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부딫히는 일이 생기더라도 네가 기분이 상하면 친구도 기분이 상했을 것이니 싸우지말고 다음부터는 서로 조심하자 하고 화해를 해야한다고 가르치는 편이다.
공부는 못해도 못된 마음은 갖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가끔은 그냥 세상은 이기적으로 내가 중심이되서 내 기분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나. 울컥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래. 너그러워지자.
던져놓은게 아니라 바빠서 빨리 놓고 가신다는게 저리 보였을 수도 있지. 그렇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상대의 입장을 한번 더 이해해 보기로 하지만 어쩐지 마스크 하나에 마음이 참 그렇네...싶은 날이었다.
그래도, 너그러워지자.
살다보면 사람이니까, 사람이라서 그럴수도 있지 하며 넘겨야 하는 일들이 더 많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한번 더, 두번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서하며 살다보면 그 마음들이 나한테 혹은 우리 아이한테 돌아오는 날도 있겠지 하고 다스려본다.
그렇게, 너그러워지자.
못난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상대하면서 멀쩡히 잘 지내고 있는 내 마음까지 못나게 만들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그냥 내 인생에서 잠깐 스쳐가는 사람들에게까지 감정을 소비하면서 마음을 무너뜨리지 말자며.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