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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Feb 11. 2021

훌훌털어버리고

지나간것은지나간대로그런의미가있죠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그런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알 길은 없다. 그리고 표현을 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상대방에게 알길이 없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을 했을때에는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아, 물론 글만 쓸 수도 있다.

책을 집필한다던지 아니면 그저 글만 쓸 수 있는 분야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하지만 나는 방송작가라는 이름만 창대한 직업이었어서 글만 쓸 수 없는 쪽이었다. 처음 방송국에 들어가서는 정말 질리도록 자료를 취합하는 일을 했다. 속으로는 내가 어떤 한 분야의 공부를 이정도로 했다면 지금쯤 의사공부를 하거나,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인터넷이며 취재며 도서관이며 서점에 신문까지 장르를 막라하고 뒤지고 다녔던 것같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막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뛰었더니 승진을 시켜주는데 왠 두꺼운 사전같은 책을 한권 손에 쥐어주는 것이다. 일명 연락처 족보라는 것인데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들 매니저 연락처와 소속사가 빼곡하게 적혀 있던 책이었다. 하지만 물론 그 족보를 쓸 일은 거의 없는 다른 쪽으로 나는 스카웃이 되었다. 다큐멘터리!  시사프로그램! 뉴스! 등등 나는 우리내가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고 싶어 연예쪽 대신 다큐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포기해야 했던 것들도 있었지만  그때의 글을 쓸 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치열했지만 그만큼 행복했고 보람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섭외를 하다보면 촬영직전까지 당사자와 몇번의 통화를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어색해서 수화기 너머로 정적이 흐를 때도 많지만 두어번 하다보면 전화를 걸자마자 혹은 받자마자 안부를 묻게 되는 패턴이 똑같았다.

글을 잘 쓰는 일보다 섭외를 잘 하는 것이 작가로써 칭찬을 크게 받을만큼 다큐에서는 섭외가 정말 중요했었다.

일주일정도를 공들여 촬영허락과 취재와 답사를 모두 마치고도 촬영하루전날이나 당일날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촬영이 어렵다고 할 수도 있어 그런 사태를 대비해 두개는 예비 아이템을 섭외해야하는 것 쯤은 작가생활

1년 이상차가 되면 몸에 벤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모습대로 그렇게 인연이되고 기억이 되었다.


작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랬다.

"어머! 어떻게 작가일을 하게됐어요?"

"와...진짜 멋진 일을 하고 있네요"

"글 잘 쓰는 재주 있어서 진짜 부럽네요...." 등등  부러운 마음을 드러내곤 했었다.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그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고 보람도 있지만 그만큼 애환도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글을 써서 촬영을 하고 후반작업을 해서 영상이 완성되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하다. 나 이외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프로그램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작업이고 재미있고 뜻깊은 일인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으로인해, 작품의 퀄리티로 인해 받아야하는 순간순간의 상처와 기대에 못미치는 마음이 들어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작가일을 뜻하지 않게 그만 두고 양송이 버섯 농사를 지으면서도 나는 비슷한 상실감과 회의감을 동시에 느꼈었다.


양송이버섯은 생물이기때문에 정말 고난이도의 수확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수확을 하기 까지 버섯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는 농사이기도 했다. 정말 예민한 작물이어서 작은 온도와 습도에도 큰 영향을 받았고 그만큼 아기 다루듯 세심한 관찰도 필요했었다.

어떤 직업이든 힘들지 않고, 노력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과의 부대낌도 한 몫 했었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갈즈음 모든 것에 과부화가 왔었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를 이유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 후에는 다시 글을 써보고자 연결이 되었는데 사람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고 많은 시간을 기다림을 이유로 그냥 허송세월처럼 날려버리게 되면서 막다른 골목 끝에 서 있는 것 처럼 되어버렸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글을 쓰는 일을 시작하려니 내색은 안하지만 가슴이 답답했었다.

그런데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어떤 글귀를 읽게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 한번 부딫혀보자 또! 죽기아니면 까물어치기지.

예술인들의 배고픔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코로나로 사방이 막힌 지금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택배일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편의점에서 일을 해가며 그들 역시 해보지 않은 일을 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살기 위해 또 살아가는 것이다.


어려운 순간이 있었으니, 어렵지 않은 순간도 오겠지.

우는 날이 많았으니, 웃는 날도 많겠지.

힘든 순간들이 많았으니, 힘들지 않은 순간들도 오겠지.

묵은 해가 진짜 가고나면 희망을 갖고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새해가 오는 것처럼

모두가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게 된 설날이 지나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 날들을 맞이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최선을 다해야지!

잘될거라고, 잘되야한다고, 잘되고야 말거라고 그렇게 자꾸 주문을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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