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시작되어야 봄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2월의 중반 그것도 갑작스레 함박눈이 쏟아지는 지금 봄이 오는 것 같다. 마지막 겨울의 안녕을 더하듯 때 아닌 눈이 소담스럽게도 내린다. 거기에 막바지 한파까지 더해지니 완벽한 마지막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아이와 시골에서 산다는 일은 어떤 부분에서는 불편한 일들이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아이에게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도시에서의 삶이라는 것도 물론, 문화생활도 자유롭고 언제든 가까운 거리에서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는 점에서 선호하겠지만 시골에서의 삶은 그런 생필품 보다는 마음을 채워주며 성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얻는 것들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층간소음 걱정 없이 얼마든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고 계절의 바뀜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서 감성도 감정도 풍부해 질 수 있는 어쩌면 살면서 한번쯤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얻게 된다. 강아지와 뒹굴고, 닭이 알을 낳고, 염소가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산책길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떠한 교육보다도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커다란 산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46명에 불과한 작은 초등학교이다. 각 학년마다 한 반씩 많게는 한 학년에 10명 정도가 전부인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텃밭을 가꾸고, 전 학년이 함께 어울림을 하며 모두가 형제 자매같이 학교를 다닌다. 그러다보니 선생님과 아이들이 1:1 수업을 하듯 좀 더 자세하게 학습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내에서 학교를 보내는 지우 친구 엄마는 그래도 여러 아이들이 어울려서 배우는게 더 있을텐데 하지만 여기서도 충분히 사회성을 배우고 예절을 배우고 어울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1등을 목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목적으로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아이 스스로 몸과 마음과 생각이 성장할 수 있기를 나는 바라고 있다.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알고, 미안함을 전할 줄 알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공부보다도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학교의 교육 방식이 썩 마음에 들어서 전학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친구들과의 유대관계도 돈독하고 선생님도 여러 아이들과 의 부대낌 없이 8명의 아이들과 소통하시면서 더 많은걸 아이들에게 주려고 노력을 하시는것 같아 지우가 초등학교 6년동안 공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3월이면 모든 것이 또 새롭게 시작된다. 계절도 바뀌고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학습을 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해 가겠지. 웅크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기지개를 켜듯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하고 시작할 수 있는 맑은 마음이 든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자꾸 주문을 걸고 있다.
시작을 안해서 못하고 있었던거라고.
아마도 100일간의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나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주자주 주문을 거는 시간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기회도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동기부여가 되기 위함이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