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람이라고생각되는 사람
친구들과의 인연도, 사회생활의 인연도 시간을 두고 마음을 주는 편이었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믿었던 만큼 배신도 컸어서 점점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일이 많아서였다.
살다보면 이런사람도 만나고 저런사람도 만나는 법인데, 유독 인복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던 지난날들이었다. 남녀관계로 교제를 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은 내가 시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교제 3개월만에 문자로 이별을 통보했다. 교제라고 할 것도 없었다. 3개월 동안 딱 두번의 만남이 전부였으니까.
그 후로는 한동안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내가 하고있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상 어느 한쪽은 포기해야 했던 것이 인간관계였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일상이 이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밥한번 먹고 차 한잔 마시는 일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친구들이 밥먹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내 주변에 나와 인연이 닿았던 동생, 친구, 언니, 오빠, 등등 모두가 족히 15년 이상은 된 인연들이었다.
하지만 인간관계라는 것이 내가 있고 그들이 있는 것이기에 많은 부분이 흔들렸다. 내가 어려워지던 그 순간부터. 물론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됐다는 얘기를 들어도 나에게 직접 확인을 할 수 없는 시간들도 있었을테고,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연락을 할 수없는 사람들도 있었을거라고 이해했었다.
그러던 중, 친한 동생 하나가 8년만에 연락을 해왔다. 그것도 인스타 다이렉메시지로. 결혼을 하는데 청첩장을 보내고 싶다고 주소를 물어보는 메시지였다.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하고 축하인사를 하는데 그 뒤가 참 씁쓸했다. 누나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고. 나를? 왜? 라는 의문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 누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니까 내 부탁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어디 부탁해봐. 라고 했을때, 와이프될 여자에게 라디오 공개방송으로 프로포즈를 하고 싶은데 대신 본인이 되어 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내가 이혼도장을 찍고 잉크도 마르기 전인 시기에 나는 그친구의 프로포즈 편지를 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어이없게 웃음이 난다.
결국, 라디오 방송 사연으로 당첨이 되고 그때당시 타블로라는 연예인이 그 편지를 읽어줬었고 결혼 선물까지 받았던 웃픈 일이 있었다. 그 후 지금까지 그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나는 그게 더 웃음이 난다.
구구절절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이 살아가며 끝이 없다. 각자의 입장에서 내 사람이라는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겠지. 나는 내가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그 선이 분명해졌었다.
아. 어려운 순간에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챙기고, 내가 어려운 순간에 내 옆에 있어준 사람을 잊지말자라는 기준.
너무 분명하게 그 선이 그어졌다. 기쁜 순간에는 누구나 함께 축하해 줄 수 있고, 술 한잔 마셔주는 일도 쉬운 일이 되어버리지만 어려운 순간에 같이 따끈한 국밥 한그릇 먹었던 사람은, 그렇게 손 한번 잡아준 사람은 평생 간다는 그 말이 무슨뜻인지를 나는 알게되었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어려울때 모른척 했다고 인연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그렇게 된다는 의미에서는 인간관계를 너무 편파적으로 가르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힘들때 주저앉고 싶을때 나쁜 마음을 먹고 싶었을때 곁에 있어준 사람은 절대 등 질 수 없다는 마음을 알게되었다.
좋을 때에도, 힘들때에도 같이 걸어간다는 것.
내가 힘들면 일으켜주고, 상대방이 힘들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을 감히 '내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