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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원 Nov 16. 2019

부재중은 잠시 어디에 다녀온다는 것

부재에 관하여


잠깐의 순간을 못 이기고 왈칵 감정이 넘칠 때가 있다. 가령,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상태로 이 불같은 헛헛함을 소진시켜 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


언젠가 나는 그 누군가들이 전부 부재중을 고한 적이 있었다. 어떤 이는 내가 아닌 타인과 통화 중이었고, 또 어떤 이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또 다른 이는 대답도 듣지 못할 만큼 재빠르게 전화를 끊고선 현재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라는 딱딱한 말투의 문자만 되돌려 주었다. 내겐 세상의 전부, 내 일상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한꺼번에 등을 돌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누군가마저 내 전화를 받지 못한 순간, 내 감정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염없이 끝이 없는 바닥으로. 그 우울함은 해일로 변해 내 두 눈과 감정을 덮쳤다. 덕분에 눈에서 물이 철철 흘렀다. 가뜩이나 답답함을 이길 수 없어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 걸었던 연락들이 전부 외면을 당하니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이가 내게 등을 돌린 거라 생각하며 꺼이꺼이도 울어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핸드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진동이 울려대며 그 울림이 내 등을 토닥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괜찮으냐며, 바빠서 연락을 못 받았는데 무슨 일 있느냐며, 잠시 전화를 받았을 때 내 목소리가 안 좋았다며 물어왔다.




이렇듯 순간의 불이 나는 감정을 조금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부재중은 잠시 어디에 다녀온다는 것이지, 영영 나를 떠난다는 것도 아닐 텐데.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지만, 그리 쉽게 내게 등을 돌리지도 않는다는 것도. 그 모든 게 나를 덮치고 내 귀에 불안을 속삭이는 순간의 감정일 뿐, 그게 진실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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