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에 관하여
나는 요새 어릴 적 나의 잘못된 생각들을 이제야 바로잡는 경우가 많다. 내 학창 시절은 딱 세 개의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가수, 노래, 춤. 가수가 되고 싶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여러 보컬 학원을 돌아다니며 여러 선생님에게 노래를 배웠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그리 간절히 원하던 것을 내려두고 취미로 써왔던 글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나는 노래를 배우면서 심한 착각 하나를 했는데 그것은 바로 노래를 부를 때 '올바른 정답' 같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도 그것은 딱 한 가지의 호흡, 발성 방법으로 존재하며 나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 방법을 터득한 것이고, 나는 아직 연습량이 부족해 깨닫지 못한 것이라 그렇게 크나 큰 착각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훗날 내가 '노래는 나의 길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요소가 된다.
노래를 그만 둘 당시의 나는 나 자신이 노래를 내가 원하는 만큼 잘 부르기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 여러 선생님에게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해 노래를 배웠지만 난 여전히 호흡을 어떻게 해야 올바를 호흡법인지, 발성은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올바른 소리가 나오는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난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노래를 그만둔 지 벌써 4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민망할 정도로 깨닫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노래라는 것엔 딱히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올바른 방법' 또한 없다. 수학 문제 마냥 답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노래를 가장 처음 배우게 된 보컬 선생님은 락을 하시는 분이어서 내게 락 발성을 중심으로 노래를 가르쳤고, 두 번째 선생님은 동경해 마지않던 엄청난 예술 대학교 출신이라서 그런지 입시보다는 오디션이 중요하던 내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형 보컬을 가르쳤다. 그리고 가장 내 실력을 많이 키워주시고 많은 영향을 끼쳤던 세 번째 선생님은 내가 원하던 오디션 위주의 보컬을 가르치며 발성보단 단기간 안에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스킬 위주로 많이 가르쳤다. 그 이후에 만난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고 그저 그들은 자신이 노래를 할 때 가장 잘 부른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 것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주관적이고 노래를 하는 방법 또한 달라서 서로의 가르침이 내 속에서 상충한 적도 많았다. 세 번째 보컬 선생님께 "내가 가르친 제자 중에 네가 제일 실력이 많이 늘었어."라는 말을 들은 지 일주일도 안돼서 부득이하게 다른 보컬 학원으로 옮겼을 때, 나를 처음 맞닥뜨린 네 번째 선생님은 "노래를 왜 그렇게 하니? 어디서 노래를 배웠니? 노래를 왜 그렇게 예쁘게만 하려고 하지?" 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 당시엔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상처도 많이 받았었는데 지금 보면 그냥 선생님들의 취향 차이였다. 같은 목소리, 같은 발성을 들어도 내 발성과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잘하는 사람으로 비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일 뿐이었다. 나는 그럼에도 그 당시 참 어리석어서 여전히 한 가지 정답에 집착했다. 주관과 취향이 범벅된 예술의 세계에서 객관적이고 딱 떨어지는 수학 문제 정답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좀 더 나아가 보면 이 생각은 비단 노래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당장에 우리는 모두 다르고 다르게 생겼으며 각자의 방법과 취향, 생각, 스타일이 존재한다. 공부나 글, 하다 못해 잠자는 방법과 자세마저도 전부 다르다. 공통점은 있을 수 있으나 그 공통점이 올바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물며 그 공통점에 속한 사람이 다수라고 하더라도. 그런데 나는, 그리고 또 어쩌면 우리는, 평생 딱 한 가지의 정답을 찾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혼자서 자책할 수도 있다. 이만큼이나 했는데 난 왜 아직도 그 방법을 모르는 걸까, 하고.
인생은 객관적인 경우도 있지만, 객관적이지만은 않다. 어쩌면 주관이 훨씬 큰 부분을 차지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또 다른 가짜 정답보다는 오히려 현재 당신이 하고 있거나 더 하고 싶은 방법이 당신에게 맞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모두 내려놓은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당신에겐 당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경험들이 축적되며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경험들을 통해 그 방법은 깎이고 정돈되어 마침내 빛을 발하겠지. 당신의 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