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에 관하여
내가 어떠한 일로 죽을 만큼 힘이 들 때, 내 마음에 제일 위로가 되는 존재는 애석하게도 지인이나 가족, 좋아하는 이가 아니었다. 그 당시 가장 힘이 된 존재는 하나의 노래 가사였는데 나는 혼자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부르며 참 많이도 울었었다. 그리고 그 노래와 함께 아픈 시기를 버티고 견뎌 그 괴로움에서 헤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노래 가사를 쓴 참 고마운 이는 하얀 겨울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 언제나 반짝이는 별이 되었다.
그 후, 나는 그의 마지막 편지를 보며 그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냈을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내가 그와 같이 힘겨운 시기를 보낼 때, 그의 노래 가사를 들으며 참 많은 위로를 받곤 했으니까.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의 노래 가사로 진심 어린 위로를 받은 이유는, 그가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힘들고 아파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사람은 같은 처지에 놓여본 적이 있을 때 가장 상대와 역지사지를 잘할 수 있다. 감기에 걸려 열이 펄펄 끓는 이의 아픔과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이는, 똑같이 그와 같은 감기에 걸려본 적이 있는 사람일 테니까. 그래서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일을 겪어본 사람일 거다. 분명.
그래서 나도 그 이후로 죽음의 문턱에 서서 망설일 정도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당장 너무 힘든 탓에 그 위로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꼭 따스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고 싶다. 그 문턱에 서려는 참담한 마음을 알기 때문에, 나도 그래 봤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보며 예전의 나와 마주하기 때문에. 그래서 난 그들에게 말을 건네며 과거의 나에게도 위로를 건네고, 그 작은 말 한마디가 다시금 조금은 더 울어볼 수 있는, 떨쳐보려고 노력할 수 있는 한 줌의 주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