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리더십 강사 김주연 박사의 팀장 리더십 이야기
팀장 입장에서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연하다.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하고 싶어한다. 쉬운 일, 편한 일, 인정받을 수 있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팀에서 해야 할 일이 어디 이런 일만 있는가? 어려운 일, 힘든 일, 인정도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팀장이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강제로 배분하면 면전에서는 조용해도 뒤에선 시끄럽다. 팀원들에게 업무 배분을 알아서 하도록 하면 어떨까? 고참이 유리한데로, 말빨 쎈 팀원에게 유리한데로 흘러간다. 또 뒤에선 시끄럽다.
업무 배분의 과정에서 팀장은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팀원들끼리 갈등이 커지는 것 보다 팀장이 뒤에서 욕 먹고 마는 게 낫다. 어려운 업무 배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했을 때 훌륭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해커만과 올드햄의 직무 특성 이론에 따르면 질적으로 우수한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팀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성은 팀원에게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성과로 이어준다. 그렇다면 업무 배분에서 자율성은 어떻게 줄 수 있을까? 바로 팀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법이다. 잠시 김팀장의 사례를 살펴보자.
김팀장은 내년 팀 목표 설정을 마무리했다. 임원과 한참을 소통하여 어렵게 마무리했다. 이제 팀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과제들을 리스트 업 했다. 거창하게 10대 목표라고 네이밍도 했다. 이제 이 과제들을 팀원들에게 배분해야 한다. 김팀장은 팀 회의를 소집했다. 팀원들에게 내년 팀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10대 과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과제 A부터 과제 J까지 누가 맡을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김팀장은 말한다.
“과제 A를 해 볼 사람 있나요?”
팀원들은 김팀장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서로 누군가 맡아 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김팀장은 과제 B, C, D… 계속 누가 맡을 것인 묻는다.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그나마 쉬워 보이는 과제는 서로 맡겠다고 한다. 짜증이 난 김팀장은 과제들에 대해 이건 전에 유사한 업무를 했던 최차장이 하고, 이건 이과장이 하라는 식으로 강제 배분한다. 결국 회의 마치고 김팀장 없는 단톡방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업무를 배분할 때,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모두 펼쳐 놓고 팀원들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인기 있는 과제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1지망, 2지망, 3지망 순으로 하고 싶은 과제들의 랭킹을 팀원들에게 제출하게 한다. 분명 1지망이 가장 맡고 싶은 일이니 해당 과제를 맡았을 때 더욱 일에 몰입한다.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데시와 라이언의 자기결정 이론에서도 자율성에 대해 강조한다. 인간의 행동은 외부적인 보상이나 처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의 내재적인 동기와 가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핵심 요소로 세 가지를 주장하는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다. 이 이론에서 설명하는 자율성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행동이 자신의 진정한 가치와 일치한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팀원 스스로 하고 싶은 과제를 맡는 것이 그 일에 더욱 몰입하고 노력하게 만든다.
만약 인기 있는 과제에 대해 1지망이 서로 겹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가위바위보 할까? 제비뽑기 할까? 팀장은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당연히 기존에 이 업무를 잘 해왔던 팀원에게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럼 그 일은 항상 그 팀원만 해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팀 업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3년 정도 그 일을 계속 해왔다면 다른 팀원에게 배분하는 것도 팀원의 성장 관점에서 괜찮다. 숙련도를 쌓는데 매우 오래 걸리는 일이라면 3년 가지고 어림도 없겠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면 3년 정도를 기준으로 가져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을 맡은 첫 해는 일에 대해 배우는 기간이다. 두 번째 해는 스스로 주도하며 과제를 수행한다. 세 번째 해는 그 업무의 최고 성과를 만든다. 네 번째 해는 다른 팀원에게 업무를 가르치며 자신은 다른 업무를 배운다. 대략 이런 논리다. 팀의 그라운드 룰 같은 형태로 가져가길 바란다.
해당 과제에 경험 많은 팀원을 강제로(?) 다른 과제를 부여했다. 그런데 경험 없는 팀원들 가운데서도 겹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겹친 팀원 중 1~2년 경험한 팀원이 우선이다. 이런 상황도 아니면 같이 손 든 팀원들에게 왜 이 과제를 맡고 싶어하는지 듣는다. 누가 더 절실한지 팀장의 판단이 필요하다. 보다 절실하게 원하는 팀원에게 업무를 배분하면 더욱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겹치는 팀원들끼리 절실함도 비슷하게 느껴지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당 과제에 대해 대략 어떻게 풀어가고 싶어하는지 팀원들의 생각을 들어본다. 과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 대부분 그 업무를 맡고 있는 기존 팀원에게 묻는, 자료를 읽든 하면서 이해도를 갖게 된다. 보다 나은 접근이라고 생각하는 팀원에게 업무를 배분하자.
인기 있는(?) 과제들을 팀원들에게 배분하고 나면 아무도 원치 않는 갈 곳 없는(?) 과제들이 남기 마련이다. 예전에 모 기관에서 팀장들에게 원하는 팀원들을 선택하여 데려가는 방식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팀장들에게 간택(?) 받지 못한 팀원들이 몇 명 있었다. 이들을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인사담당자에게 자문한 적이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들을 다 버려야 하나? 받아 줄만한 팀장에게 맡으라고 떠넘겨야 하나? 당시 내부적으로 의사결정 한 것은 이들을 모두 재교육을 시킨 다음에 그간 가장 오래 담당했던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에 강제 배정했다고 한다.
종이든 화이트 보드든 뭐든 좋다. 팀장 포함해서 팀원들의 이름을 세로로 쓴다. 이름의 우측에 이미 배정한 과제들을 하나씩 작성한다. 포스트-잇 같은 것을 사용하면 내 경험상 더 편하다. 아직 배분하지 못한 과제들도 포스트-잇에 써서 이름 없는 빈 공간에 붙여 놓는다. 이렇게 해 놓으면 누가 과제가 많은지 적은지를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면 과제를 중요도, 난이도, 긴급도를 기준으로 판단해보자. 세 가지 측면에서 5점 척도로 평가해보자. 예를 들어, 과제 A는 중요도 5점, 난이도 4점, 긴급도 1점이라고 판단했을 때, 세 가지 점수를 곱한다. 5 x 4 x 1 = 20점. 이런 식으로 과제들의 점수를 준다. 그러면 팀원들의 직급도 고려해야 한다. 차장급과 사원급을 동일한 잣대로 과제를 부여하면 안된다. 과제에 대한 최고 점수는 5 x 5 x 5 = 25점, 최저 점수는 1 x 1 x 1 = 1점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직급을 가져간다고 고려해보자. 부장은 원치 않아도 20점 이상 과제를, 차장은 15점 이상, 과장은 10점 이상, 대리는 5점 이상, 사원은 그 이하를 가져가게 한다.
과제 배분을 하고 나면 직급이 높은 부장, 차장이 너무 점수가 높은 과제들만 가지고 있어서 힘들 수 있다. 반대로 직급은 낮아도 점수가 높은 과제를 맡고 싶어할 수 있다. 팀원들의 생각을 들으면 과제 배분 결과를 조정한다. 이런 식으로 과제 배분에 대해 소통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은 보다 공정하다고 느낀다. 공정성을 지각한다는 것은 절차, 내용,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다. 절차 공정성은 업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공정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용 공정성은 업무를 배분하는데 있어서 고려한 내용들이 공정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끝으로 업무를 배분하는 과정에 있어서 팀장과 팀원, 팀원들 간에 양적, 질적으로 상호작용이 좋았는가를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방법을 시도해보면 팀원들이 보다 공정한 업무배분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과제에 따라 여러 명이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과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과제를 많이 수행해 본 팀원을 담당자로 둔다. 해당 과제에 관심이 높은 다른 팀원들을 서브로 배정한다. 그렇게 일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과제를 배분하다 보면 팀원이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유독 더 두려움을 느끼는 팀원이 있다. 이런 팀원의 경우, 메인 담당자로 바로 두기 보다는 서브로 배정해서 과제에 대한 경험치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경험이 늘어나면서 두려움은 줄어든다. 그러면서 팀원에게 과제 수행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과제 A에 대한 경험은 OO님에게 꼭 필요해요. 이 일에 대해 어려워하는 것은 잘 압니다. 그렇지만 계속 피하기만 하면 커리어에 있어서 후회하는 순간이 올 수 있어요. 이번에 서브로 과제를 수행하면서 경험을 쌓아보세요. 그러면 보다 비슷한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쉬어지면서 수월해질 것입니다.”
팀장은 아무런 과제를 맡지 않아도 되는가? 절대 아니다. 팀장의 솔선수범이 팀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당연한 것 아닌가? 팀장은 팀의 과제들 중 가장 점수가 높은 과제를 가져간다. 과제에 따라 팀장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팀원들 일부를 서브로 가져간다. 그냥 일 시켜놓고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고 피드백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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