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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8. 2023
불편한 진실을 평화로운 사실로 바꾸기
부모님을 만난 건 내 선택이었을까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선택한 것이다" 라는 말
가끔 눈에 띄는 글들 중에 정말 그럴까? 싶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누군가에겐 너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될 말이다 싶다.
엄마 아빠에게 찾아온 아주 귀인이 어린 아이라는 의미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쉽게 동의하며 넘기기는 어려운 한 마디였다.
내 엄마를 작년에 잃고 나니 자식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그 빈 자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히 헤아리기 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보이는 모습들과 그간 나를 만나온 사람들, 내 친구의 상황들이 좀 더 다르게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다.
사랑을 너무 많이 주신 분이었고,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너무 너무 너무 슬펐어요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어른이었는데, 여러가지 자세한 정황 이야기는 사족이라서 차치하고, 이 말을 들을 때는 사실 그렇게까지 그 마음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엄마가 외동 자녀를 참 많이 아끼고 내내 사랑하셨구나"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 뒤로, 마지막 떠나시는 길에 손도 못 잡아드린채 엄마를 잃고 황망해 하며 아픈 마음을 꺼내는 친구와 함께 눈물을 나눴다.
작년에 엄마를 잃었을 때 브런치에 엄마 이야기 글을 올리고 나서 당시에 내 아이에게 한번 읽어 보라고 폰을 건네 주고 어땠는지 물어봤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얼마나 많이 사랑받았는지 알겠어." 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 내 엄마의 자리는 부재이면서도, 이 따금 찾아오는 그리움으로 미안함으로, 무한히 고마운 일화들로 쉽게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둔 것 같다.
어떤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아무렇게나 쉽게 풀어내기도 어렵고,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를 곱씹게 되는 존재다.
시엄마는 나를 참 좋아한다.
어려운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게 아무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분명 내 엄마는 아니기에 막 아무렇게나 편하게 하긴 어렵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편하다.
워낙 인정도 많으시고, 자주 못 만나니 뭐든 요리해 주고 싶어서 이 것 저 것 하나라도 더 해 주시려고 한다. 못 다 한 이야기가 많으니 질문 하나만 드려도 지난 이야기, 만나고 교류하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잔뜩 꺼내 주신다.
뭘 기대하고 좋아하시는지는 알지만, 때로는 나 편하자고 그 것조차 내려놓기도 한다. 나도 힘들 때는 어쩔 수 없기도 하니 이해해 주시겠지 하고 넘어가고, 시엄마도 그냥 이해해 주신다.
시엄마는 이야기를 꺼내주실 때마다 괴로운 이야기만 토로하시는 편이라, 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은 입장에선 나중에 심각하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가 걱정될 때도 있다.
어차피 힘들고 괴로운 나날이 기본값이니, 그래도 즐겁게 웃는 날이 많으셨으면 좋겠다.
마음에 무겁게 쌓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민해도 안 될 것들에 대한 걱정이 습관이 되셔서, 걱정해도 답 안 나오는 것들은 붙잡지 마시고, 미리 최악으로 상상해서 크게 다가오는 걱정거리는 원래 그 곳에 없는 것이니 가볍게 훌훌 날려버리시면 좋겠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날 때 내가 내 엄마를 선택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 혼자인 것 같은 외로운 삶 속에서 작은 나라도 사랑을 줘야하는 분이 내 엄마인 건 맞았다.
누군가는 그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공감이 필요할 때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야 했다면 내가 엄마를 선택한 것이 맞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하는 중심은 잃지 않기"가 사이 좋은 부모 자녀 관계에는 필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엄마의 자리가 어린 시절부터 비어 있었다면
감히 그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경험을 안 했으면 말을 하면 안 되는 상황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중 하나는 꼭 엄마여야만 온전히 한 아이를 다 보듬고 사랑을 주고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랑의 마음과 손길들로 서로 충분히 위로받고 고마운 사이가 될 수 있으니, 자녀 입장에서 엄마 아빠의 존재가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다른 사랑의 손을 맞잡으면 된다.
긴 시선에서 그렇고, 당장은 힘든 일이 너무 많고 막막할 일도 너무 많았을 거라고 본다. 어떤 완벽한 상태를 세상 모든 엄마가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긴 하니까, 엄마의 모습도 다양하니까, 그냥 살면 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엄마의 자리는 평가가 불가능하다.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다. 그래서 셀프 평가도 어렵다.
나는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아이와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뭐가 필요한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지 질문하고, 어떤 힘든 일이 생기면 꼭 이야기해 달라고 거듭 당부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제자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많다고 했다. 아이에게, 아이와 대화 속에서 지난 날의 내가 몰랐던 나를 보고 오늘도 많이 느끼고 배운다.
어버이는 아이를 통해
매일 자라고,
자신이 아이였던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