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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May 16. 2023

엄마의 손 맛

엄마가 해줘서 맛있었던 거였어

고향의 맛은 다시다,

엄마 요리 비법은 미원


된장찌개를 엄마가 해 주는 것만큼 맛있게 먹었던 적이 없다.


미원을 꼭 넣는 비법을 한창 고수했는데, 그 어느 곳에서도 접하기 힘든 진한 맛이었다.


두부에 간이 딱 맞게 배이고, 적당히 부풀어 부들부들하게 떠서 먹기 좋게 작은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서 "이렇게 흐뭇할 수가 있나"하는 눈빛으로 내가 먹는 내내 곁을 지켜줬다.


그래서 내 최애 음식은 바로 (엄마의) 된장찌개다.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은 그 맛을 내지 못한다. 집에 미원이 없기도 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음식에서 결코 그 맛은 안난다.


아이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내 엄마가 왜 그 표정이었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그 표정을 똑같이 짓고 끝까지 잘 먹어주는 아이를 바라볼 여유는 없이 지낸다.


사랑의 눈빛을 레이저처럼 쏘아주는 엄마는 지나간 길마다 다정하고 구수한 추억들만 잔뜩 쌓아두고 그 곳으로 갔다.


여섯 자녀 중 자신의 사랑을 남달리 뾰족하게 표현한 자녀가 둘인데, 큰 아들과 막내 딸이었다. 내가 그 딸이고, 아낌없이 부어 준 사랑을 받아서 고마운데 미안하다.


엄마가 언니와는 사이가 그렇게 살갑진 않았던 것 같아서, 언니에게 가 닿아야 할 것까지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조금 신경쓰이고, 눈치가 보이긴 했다.




본인은 머릿 속에 지식이 없다며, 스스로 멍청하다고 농담하며 웃곤 했으나, 나에게 늘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 빈 곳을 최대한 사랑으로 채워서 온전히 따스함으로 강력하게 보내준 엄마에게 참 고맙다.


내 아이에게 엄마인 나는,  내 엄마처럼 무조건 흐뭇하게 웃어주고 늘 다정한 엄마가 되는 건, 내 생에 불가능한 어나더 레벨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엄마와 달리,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나만 보는 아이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저런 바쁨과 생각 사이에, 작은 아기였던 아이가 작년부터 나보다 키가 한참이나 커버려서 새삼 놀라고, 우러러 보고 있다.


그래도 약간의 다정함을 눌러담은 말이나, 애틋함일지 모를 챙김도 틈틈이 해 줄 수 있는 건 "당장 꼭 해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


왜 항상 미안한지, 별 건 아닌데 한 마디에 또 그렇게나 감동하는지, 그 마음은 또 왜 이리 고마운건지, 문득 감사함으로 떠올린다.


 내 곁의 작고 소소한 사랑이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확실한 효과가 있다. 함부로 쏟아 내다가 어느새 지쳐서 사막처럼 황폐한 감성이 될 즈음 단비처럼 때때로 찾아와 잔잔한 감동을 퍼트려 준다. 결코, 눈 뜨자마자 온종일 일만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닌 감정과 온기가 있는 사람으로 살아있게 만드는 기적같은 사람들이다.


오래 곁에서 지켜보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커가는 찐한 사랑으로 함께 물들어 간다. 서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지 않고,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나에게 그런 가족은 완전 좋을 수 밖에 없고 아주 아주 영원히 소중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여름이다.그저 좋을 수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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