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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May 18. 2023

내 슬픔과 마음의 꼬리가 조금 길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으니까

무척 오래 곱씹고

곱씹어 보는 성향이라서


남이 도와주려고 위로하려고 건네는 말도 곧이 곧대로 바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다. 그렇게 나대로 천천히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스타일을 내 아이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순간들이 있다. 말하는 입장에서는 바로 수용하길 바라니까, 아! 나에게 이야기했던 분이 이래서 답답하고 속이 터졌겠다 싶었다.


이 상황에서 결국 할 수 있는 건, 이 말 뿐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건 지금 네 인생이니까 충분히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해. 책임도 스스로 지는 거고, 직접 결정하고 그 다음 행동도 네가 하는거야. 대신 해 주길 기대하지 말고."




친구야, 이제 그만 슬퍼해도 돼.

(그 미안함과 슬픔 속에 잠겨있지마.)



위로가 내 귀에서 마음까지 닿는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어떤 말은 마음까지 과속으로 도달하고, 또 어떤 말은 스스로 장애물을 여러 겹으로 세워서 그 것들을 뛰어 넘고, 부수고 날아 올라야만 내 마음에 닿는다.


혹시 듣기 싫은 말이 있다면, 내 마음에 그 것을 쉽게 두기 어려운 이유가 있을 거다.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고집이 황소같은 인간이라고 성급하게 태그 달지 말았으면 좋겠다. 각자 안에 있는 생존본능과 사유의 과정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주면 서로 조금 넉넉해진 마음 속 여유를 충분히 헤엄치고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왜 이렇게 힘들지, 왜 이런 기분이 들지, 좋은 건가 안 좋은 건가, 기분이 무겁네, 공기가 답답하네, 이런 다양한 생각들 속에 깔끔하고 쉽게 '행복'과 '불행'으로 선 가를 수 없는 순간들을 롤러코스터 타듯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작가의 깊고 깊은 세밀한 사유를 거쳐 방울 방울 맺힌 글들을 접하면 맑은 생명수를 만난 것처럼 상쾌해진다.


소주 광고는 무척 싱그럽지만, 막상 마시면 알코올 향이 코를 찌르고 쓴 맛 밖에 없는 것처럼, 그들의 영롱한 글들은 잔잔한 호수를 즐겁게 일렁이는 '순간의 파동'을 선물하지만, 정작 내가 딛고 있는 곳은 해결할 문제 투성이의 거친 황야같다.


큰 변화가 없다면 예측 가능한 연속적인 것들에 약간의 변주가 허락되는데, 좋은 변화는 가만히 있는 나에게 어느 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내가 어디로든 움직이고 뭐든 애써 가며 해내야 그 바람이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니 피곤함은 어제로 묶어두고, 다시 일어나서 두 발로 걷고,  일들을 치우고 오늘 하루를 좀 더 나답게 잘 마무리할 방법을 찾아내려고 부단히 애를 써볼 것이다.


솔직하면서
맛있는 글들에게 고마운 마음
-
잘 배워야지!


요 며칠 유난히 좋은 글들에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는데, 몸에 좋은 약술을 빚듯이 내 생각도 몇날 며칠은 좀 숙성을 해서 괜찮다 싶을 때 글로 꺼내봐야겠다.


사실 그렇게 좋은 보석같은 다른 작가의 글들은 내 성급함으로 급히 켜진 "NOW!' 스위치 때문에 꺼내기에 급급했던 지난 투박함 투성이의 내 글들을 심히 부끄럽게 만든다.


그 때 글을 쓴 내 행동은 나에게는 정직한 것이었지만, 나중에 내 글을 접할 분들에게도 과연 좋은 글일까? 대체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는 과거의 부끄러운 흔적이 되기도 한다.


꺼낸 것들을 다 숨겨야 하나? 아니,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오늘 이후의 나는 그 때보다는 새끼손가락이나 새끼발가락만큼이라도 더 나은 글을 써야지 다짐해본다.




그 어떤 말들도 나를 아끼는 마음을 나름대로 표현한 입장에서 "나를 위해 건네는 소중한 말"이라는 건 잘 알지만, 내가 "들은 말을 바로 통과시키지 않고, 복잡한 미로를 오래 거쳐서 나만의 의미를 찾으려는 특이한 사람"이란 것도 언젠가는 알아주면 좋겠다.



이렇듯 나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슬픔'도 찐친인듯 늘 붙어지내는 '반성'도 갑자기 언제 어떻게 죽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나'의 오늘을 좀 더 돌아보게 하는 고마운 장치이자 소울메이트 친구들이다. 지극히 이기적인 나에게는 사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글에는 다정함이 있다.

우선 작가 자신에게 가장 진심이고,
마음의 소리를 섬세하게 듣고,
인정하며 꺼내준 이야기를 보면
내 마음도
지금처럼 마음껏
위로해도 될 것 같아서 참 좋다.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는 이야기들이
이 곳에 더  많이
울려퍼지면 좋겠다.






달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한 잔
바쁠수록 더 걷고, 졸린 뇌를 깨우고, 좀 더 오래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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