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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Oct 23. 2023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동정심

때로는 그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슬픈 마음이 자주 들곤 한다.


어떤 일들은 참 딱하고 안타깝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데, 그저 내가 서 있는 곳에 가만히 서서 많이 아프고 힘들겠다 너무 괴롭겠다 하고 말 뿐이다.


전쟁을 겪는 나라 속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부터 부당한 처우를 개선할 기회를 얻으려고 애쓰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하고 투쟁하는 분들도 그렇다.


오늘 저녁 몇 시간 전에는 무슨 영화같은 긴박한 장면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평소라면 아무 일 없을 동네 거리를 걷는데, 어느 남자분이 경찰 두 명에게 연행되서 내 옆을 지나쳐 갔다. 뒤로 돌아보니 남자분은 등 뒤로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무슨 난폭한 일이 벌어진 건가 걱정되는 마음으로 좀 더 걷다보니 세 살도 안 되어 보이는 남자 아기는 유모차를 타고 세상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 옆에는 큰 불행을 겪은 아주머니의 가슴 아픈 울부짓음이 계속됐다. 그 앞에서 두 분의 경찰분이 쉼없이 이야기를 하셨다. 얼핏 들으니 "법적인 절차대로 할 수 밖에 없어요." 라고 들려온다.



아주머니의 커다란 울음소리 사이 사이들려오는 경찰 분의 큰 목소리에 애잔함도 담겨있고 절실하게 설명을 해주시는데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중국인분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비자 기간이 끝나서 불법 체류인 신분이 된 모양이다. 마음 아프지만 사실대로 법대로 처분을 해야하는 입장은 그저 지켜보고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한계가 분명하다. 때로는 안 되는 것, 못하는 수 만 가지의 일들 앞에 심한 무기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곤 한다.


기부도 마음처럼 많이 하지는 못하고, 귀엽다 싶을 정도의 소액을 정기 기부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각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많이 늘리고 싶은 생각은 아주 크다. 잠시 숨 돌릴 틈이나 생각에 잠길 여유가 생기면 실행에 옮길 그 날을 가끔 상상해 본다.


좋은 의미로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살고 싶은 이상이 큰 만큼, 아무리 봐도 내 앞 길에 놓인 나만을 위한 일들을 하며 일상을 보내면 뭔가 한참 잘 못 살고있는 건 아닌가 잠시 경고 신호를 보낸다.


큰 고민없이 루틴이 되서 반복되는 내 삶 속 시간의 정처없이 흘러가는 흐름에 짧은 순간 일시정지를 눌러보게 된다.


나답고 의미있게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살려면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이 것만 하고 사는 건 반칙이지. 그렇게 놓치고 사는 또 다른 것들을 새롭게 둘러볼 나만의 신호와 규칙 속에 정신을 일깨우곤 한다.


사회적 기업의 개념에 대해 아직도 완전히 이해는 못하지만, 좋은 의미의 행동으로 보고 있기는 해서 가끔은 굳이 사회적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산다.


이런 비교적 쉬운 일들부터 하나씩 하고, 안해봤던 일들 또 조금은 다르게 더 잘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을지 차분하게 살펴봐야겠다.


나와 이웃의 더 나은 삶에 대해서는 결코 고민을 멈추거나 포기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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