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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Aug 05. 2016

직장은 언제나 배움의 연속

첫 상사의 잊지 못할 한 마디

좌충우돌 속에 업무를 하루 하루 겪어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의 이로움, 고마움, 그리고 어려움을 경험해 왔고 여전히 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매일 매일이 같아 보이고 평온하게 보일 수 있는 월급쟁이이자 샐러리맨인데, 이 단순화된 단어 하나 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한 일상 속 사건과 이벤트가 실상은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온다.


각자 자리에서 차분히 일을 하기 때문에 티가 안나서 그렇지 비상 사태도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고, 번개같은 미션들도 쓰나미처럼 내리칠 때가 많다.


서로 각자 바쁘게 처리할 것들이 많은 상황에서 각자 전문 영역을 나눠 담당자 제도로 운영되는 회사인 바 타 부서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업무 진행을 요청하는 건 일상다반사, 즉 매우 빈번한 일이다.


당시 백지 상태의 신입사원이라 크게 잘 와 닿지는 않았지만, 몇 년째 다니다 보니 '왜 그 말이 꿀팁'이었는지, '그 말을 들을 수 있는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천천히 깨닫게 된 내 첫 팀장님의 몇 가지 조언들이 있다. 그 중에 요즘 자주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서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뉘앙스만 써 보자면



틈틈이 저기 다른 부서 사람들 자리에 가서 얘기도 좀 하고 친해지세요.


워낙 간단 명료한 분이라 이 이상 길게 설명은 안 해 주셨다.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신입사원이 업무 익히고 처리해 내는 게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바쁜데 다른 팀 사람들한테 가서 친해지라고 하는 것일까 솔직히 이런 의문을 가질 새도 없었다.


얼마 전에 웹툰 송곳 짤 이미지를 얼핏 봤는데, 그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에 이 보다 더 적절한 이미지가 없는 것 같다.  



다들 정말 바빠서 도와줄 틈은 없지만 '당신의 도움 요청이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주겠어요'라는 의사를 갖게 하는 건 '동료에 대한 호감'이다. 나의 요청에 대해 집중해서 들어 볼 가치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서로 간의 유대감이다.    


생일, 결혼과 같이 축하할 일이든, 아프고 위로할 일이든 조금만 더 서로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평소의 관심을 적절한 시점에 표현하면 왠지 모를 훈훈한 기억으로 오래 기억된다. 감정, 감성을 배제한 이성만 가진 사람은 자기 파트 일은 끝내주게 잘할지도 모르지만 매력적이고 끌리는 인간미는 없다.  회사 안에서 혼자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내가 맡은 업무에 파묻혔을 때, 그래야만 했을 때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다. 맡고 있는 업무량이 적절한가는 처리할 시점에는 잘 알 수 없고, 내가 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나 같은 오지랍퍼가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다는 건 정말 일이 많았다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그런 틈 없이 바쁜 시절을 보낸 것 같다. 하얗게 불태웠지만 다행히 심지는 굳건히 남아있다.




새로 온 직원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팀장님 과연 얼마나 될까.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떠올려 보니 난 그 때 참 좋은 상사분을 만났다. A부터 Z까지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알려주셨고 무엇보다 정말 중요한 것을 들려 주셨다. 그 때는 이렇게 오랜 시간 뒤에 떠오르게 될지 몰랐지만, 10여년이 넘은 이 시점에 다시 끄집어 내서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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