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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Aug 10. 2016

그 자리의 무게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이란 이름의 외로운 걱정과 고민들


그 정도 오래 다니시면 걱정이 없는 줄 알았어요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고 직급을 맡는다는 것은 뭘까? 이전처럼 후배 혹은 직원들 앞에서 편하게 걱정을 꺼내기가 참 어렵고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한 두 번 푸념하듯 고민을 쓱 털어놓으면 아 저 분도 나와 같이 힘들게 사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가질 순 있지만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는 이름의 걱정 고민거리는 모두가 다르기에 매번 그렇게 말할 수 없고, 그 상태로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된다. 걱정 고민을 헤치고 새로운 힘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또 다시 자신에게, 함께하는 그 들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내는 것, 어려움을 아무렇지 않게 극복하기보다는 이 시간이 잘 지나길 바라며 아픈 마음으로 버티는 것, 잠시 찾아왔다 어느새 지나쳐 가는 시원한 바람처럼 기쁜 순간은 굵은 땀방울 뒤에 아주 드물게, 이따금 찾아온다. 자주 왔으면 좋겠지만 성공이라는 영역에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실로 존재하는 것 같다.   


외로운 고민은 잠시일 뿐, 또 다시 힘을 내서 앞으로 전진 또 전진.

그 때 힘들어서 도망쳤다면 그 분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을텐데  


내 마음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까. 사랑을 하는 이든 어떤 목적을 함께 이뤄보기로 하고 만났든 혹은 그냥 잘은 모르는 같은 조직 내의 구성원일 뿐이든 다 자세히 알아 내거나 궁금한 것을 다 물어보거나 해서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부지불식간에 뭔가 훅 치고 지나가듯 깨달아 지는 것들이 있다. 정말 아무 맥락없이 의외의 시점에 말이다. 


'아 그래서 그 때 그러셨던건가, 이제 그 상황이 좀 이해 되네. 그 때는 진짜 정말 이해 안되던데 나도 이제 늙은 건가.'

 

나만 해도 내가 그 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럴 때는 OK인데 왜 다른 때는 No인지 한 두 가지 이유가 아니라 잘 모를 때도 많으니까. 괜히 엉뚱한 곳에다(주로 가족이 희생양...) 화풀이한 적도 많았을테고, 인간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 많아서 입력 조건만 문제없으면 언제나 이상없이 정확한 값을 출력하는 그런 한결같은 장치는 아니니까. 이렇게 속을 알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각자 사회를 이루고 규범을 만들어 함께 살아간다는 건 늘 놀라운 일이다. 


They have decided to team up with me to begin a meaningful project. 

그 들은 나와 함께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이 일을 누군가가 나보다 더 잘했을 텐데 


이런 생각 한 번쯤 해 본 사람? 반대로 일이나 무언가를 하면서 이런 생각 한번도 안 해 본 사람? 내 생각에는 후자보다는 전자가 훨씬 많을 것 같다. 하다보면 내가 부족하고 못하는게 명백히 드러나는 때가 있으니까. 혼자 아무리 잘 아는 것처럼 보여도 역부족인 시점이 오니까. 내가 너무 이 자리에 안 어울리고, 부족하고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애써 위로도 안 되는 그런 시간이 오면 왠지 중력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지고 점점 더 밑으로 밑으로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슬럼프라는 흔한 말로는 역시 표현이 다 안 된다고 생각되는 심리적인 아노미 상태, 너무나도 무질서하고 어떤 실마리를 잡고 나가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다.  


누군가의 서운한 말을 마음 깊이 묵직하게 담아두는 것도 참 어렵지만 혼자 끝도 모르고 떨어지는 정신적인 나락도 정말 피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런데 누구든지 이런 깊은 빡침과 혼란을 종종 맞이한다. 그래도 그 어둠 속을 헤쳐나올 한 가닥 희망이라면 이런 생각? 


'조금은 아니고 상당히 심하게 잘 봐 주신 덕분이겠지만 '바로 나'이기 때문에 이 어려움을 한번 해결해 보라고, 기회가 주어진 거야.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지만 기회는 나에게 주어진 거라고.'


It's me. 


막중한 무게가 도망을 가고 싶은 생각을 소환할 때가 많았지만 막 진짜 잘해 버릴 거라고 독기를 품은 건 아닌데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없이, 그래도 꿋꿋이 해내 보려고 하루 하루 살아보니 여기까지 왔던 것.    


시야를 고정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지 않는 아둔함일 수도, 묵묵한 기다림과 인내일 수도 있지만 내 선택에 늘 후회는 없다. 책임질 것들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부담이기도 하지만 내가 과연 그 부담을 이기고 얼마나 해 낼지 기대가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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