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든 말이든
성급하게 꺼냈을까
반성과 회고를 많이 하는 사람은 일상이 피곤한데,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실컷 이야기 하고 나서 스스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 애써 뒤늦게 수습해 보려고 해도 이미 한참 늦었다.
글도 마찬가지인데, 그 때 뭘 그렇게까지 솔직했을까,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난 뭐가 억울해서 구구절절 길게 심정을 읊었을까 싶을 때가 있다. 다시 발행 전으로 올리기도 애매한 글이 수두룩하다.
친구랑 오래 이야기 나누고 나서는 그 말들이 오래 마음에 남아서, 그 뒤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방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추앙하고 추켜세우느라 정신이 없는데, 칭찬세례의 근거로 친구가 제 입으로 꺼내 준 일화들을 다시 내 입을 통해 들려준다.
"무척이나 재미있는 존재야. 너란 사람은 그런 비범한 면이 있다고."
본인은 그냥 그렇게 사는 중이지만, 전에 나에게 조각으로 나눠서 들려준 삶의 파편들을 나는 친구에 대한 정보로 만들어 버렸다. 하나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실로 잘 꿰매서 엮이다보니 엄청난 매력덩어리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아직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가 거의 없거나 몇 없는 외로움을 휘감고 사는 이를 알고 있는데, 인정 욕구가 조금 덜 채워진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낀다.
내가 워낙 또 섬세하고 그래서 그런 것도 아는 건데, 두루 참 피곤한 스타일이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내 마음을 잘 아냐고 반가운 고마운 인사도 종종 듣는 편이라 앞으로도 이렇게 그냥 생긴대로 살 것만 같다.
아무 쓸모도 없는 말, 글, 그런 감정은 세상에 없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였다.
좋아하는 마음을 좋아하고, 신나는 이야기 들을 때 내 속의 에너지도 같이 춤을 춘다. 넉넉한 공간이 느껴지는 따스한 눈빛과 공감되는 말에 마음이 확 열린다. 자칫 사기 당하기 쉬운 유형인데, 사기꾼 냄새도 은근 잘 캐치해서 여태 비교적 큰 데미지 없이 잘 피해 여기까지 왔다.
나이 상관없이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즐거운 기분이 드는데, 내가 철이 없는 덕분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