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편지를 써요
그 쪽이 좀 더 잘 어울려요. 글씨 모양새가 그리 당당하지는 않지만, 내 손으로 마음을 꾹꾹 담아서 쓰는 거니까요.
편지를 받고 봉투 안의 편지지를 꺼내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갈 친구의 마음을 떠올리며 씁니다. 볼펜 글씨는 다시 지우기도 여의치 않으니까 한 글자 한 단어라도 틀리는 일 없이 내내 신경 써서 마지막 줄까지 빼곡히 채워갑니다.
편지를 참 잘 쓴다고 나름 인정 받아본 아이 시절을 지나쳐 살아가고 있어서 덕분에 아날로그 감성 느낌을 참 좋아하고, 이제는 으레 카톡 메신저 안부 인사와 연락이 당연해진 시대가 됐지만 짧지만 그립고 고마운 마음들을 두툼하게 꽉꽉 눌러 담은 편지 한 장을 선물 박스에 담아 친구를 놀래키는 일도 아주 가끔 해요.
택배로 고이 받은 선물 박스를 열면서 남편에게 이렇게 자랑했다고 들려줬어요.
나는 편지 써 주는
친구도 있다!
당신은 이런 친구 없지?
그러게 말이에요. 편지 써 주는 친구가 드물긴 하니 제가 생각해도 참 잘했네요. 참 별거 아닌데 뿌듯하죠.
아무리 내가 바쁘다 바빠를 달고 살아도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은 표현하는 게 인지상정이지!' 하고 몇 년새 드문드문하고 있어요. 바람의 결이 달라져서 소매가 길게 달린 두툼한 옷을 꺼내야 하는 초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12월에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를 슬슬 준비해 봐야겠어요.
이렇게 서로의 존재가 '고마움'이라는 걸 주고 받는 게 같은 하늘 아래 사는'친구'가 그저 좋은 이유겠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좋은 결과, 뿌듯한 느낌을 얻은 행동은 습관이 되기 쉽다고 하죠? 고마운 친구에게 선물과 편지 보내기를 몇 년 지속하다보니 이제 전혀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고, 큰 마음을 먹을 필요도 없는 저만의 좋은 습관이 되었어요. 어딘가에 가면 혹시 어예쁜 카드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보기만 하면 됩니다 :)
어른에게도 '순수한 마음을 나누는 좋은 친구'는 소중해요. 존재 만으로 든든하고, 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친구들이 아무 때나 찾아와서 마음 속 고민을 서로 나눌 수 있는 풍성한 아름드리 나무들과 다채로운 꽃들이 자라는 저만의 작은 마음 정원을 가꾸며 또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기다려야겠어요.
스스로를 말할 때
'난 의지박약아라서'라며
주위 사람들과 비교속에
괴로워 하는 속내를
토로하던 학교 친구가 있어,
곁의 절친으로써
온마음을 다해
절대 그렇지 않다,
힘을 내 주길 바라는
편지를 쓰고
또 답장을 받고
오가는 우정의 편지를 나눴다.
꽤 오랜 시간 뒤
친구는 남들 앞에
빛나거나
우러러 보이거나
대단한 삶을 선망하는 대신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며
본인의 노력으로
가까운 누군가의 성장과 발전을 애써 도우며
덩달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결과를 말했는데,
표정도 밝아지고
친구 목소리 사이 사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올라
미소 속에 가벼워진 마음이 비치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고,
아끼는 친구로써
더 이상 친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달라지고 건강한 모습에 적잖이 안심이 되서
홀가분해졌다.
내 삶에 편지란
반 고흐와 동생 테오가 그랬듯
서툰 위로와 작은 사랑, 또 깊이 걱정하는 마음을
소중한 이에게 고이 전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