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할거면 제대로라니, 우린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공부도 적당히 잘하면서 좋아하는 게임도 하는 꽤나 비현실적이고 판타지 버무린 소설속 캐릭터이길 바라마지 않는 무모한 욕심을 가진 평범한 엄마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는 오늘 새벽 3시 40분까지 미국 애너하임에서 펼쳐지는 유튜브 생중계 '포켓몬 2025 월드 챔피언십'읃 전혀 졸릴 틈도 없이 재미있게 봤다고, 대결에서 펼쳐지는 스킬들을 신나게 읊어주었습니다. 이렇게 당당하고 크게 술술 말하는 자신감이면 이제 아이에게는 아무 걱정도 안해도 될 것 같은 생각도 잠시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한참 뒤, 아이에게 그 어떤 의도도 없이 단지 궁금해서 평소처럼 의견을 구하려고 질문을 한 가지 던졌는데, 뒤에 이어진 아이 반응을 보니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습니다.
어제 모처럼 시간과 온 우주의 기운이 독서하는 저를 도운 덕분에 '게임하는 아이와 부모 사이의 건강한 대화 습관' 에 대한 탁월한 강연을 들려주신 '장근영' 선생님의 <게으른 십대를 위한 작은 습관의 힘> 을 다 읽었어요.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 이야기를 듣고 보다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한 구절이 있어요.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습관을 가지길 바란다면,
부모 먼저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른 본인은 손에 든 폰만 보면서,
아이는 폰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냐는 의미)
저는 수시로 밖으로 나가 뛰거나,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어떤 말들이 휘발되기 전에 붙잡아 글로 쓰거나 '다정한 책'을 읽는 것이 '자주 복잡한 고민에 휩싸이고, 이제는 부디 헤어지고 싶은 막연하고 답없는 걱정, 나만 잘 한다고 해서 피할 길 없는 인간사이 갈등 상황에 맞닥뜨리는' 연약한 나를 위로하는 '취미'라고 아이에게 말을 하기도 했고, 책을 보는 모습을 비교적 자주 보여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책 펴는 시간보다 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더 길지만 그 생각은 잠시 떠올리지 못하고 질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말했는지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서 편안한 뉘앙스로 우리집 10대 시점을 대표하는 아이에게 책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정도로 생각하고 봐 주세요.
책을 보는 모습을 부모가
보여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을 본다고 하거든?
나는 그래도
집에서 책을
자주 보는 편인데,
그런 모습을 보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아이가 어떻게 말했을까요?
저는 평소에 아이에게 의견을 많이 구하는 편이고, 제 아이의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오래 생각에 머물곤 해요. 가끔 어떤 말은 '와, 이건 명언이다!' 외치게 되는 촌철살인의 말도 하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아이를 향해 대단히 크게 감탄을 하죠.
그건 노는 거잖아요.
(집에서)
놀이가 하고 싶은 건데,
왜 아이가 놀고 싶은 걸
못하게 해요?
(눈치가 보여서
오늘은 거실에서 못 놀겠다는 듯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제 방으로 들어가는 중)
아이는 게임하는 것이 곧 노는 것이자 취미이고, 책을 아예 담 쌓고 사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주말이고 마음 편히 노는 날이니까 게임 레벨을 어느 정도 달성하려는 스스로 세운 과업이 있는 편이에요.
공부를 좀 더 잘 하고 싶으면, 공부할 계획을 세워서 하겠지만, 학교와 학원에서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매여 지내는 만큼, 보상 심리로 주말은 '나의 놀이 시간' 이라고 정하고 자유롭고 편한 시간을 스스로 허락하는 것처럼 보여요. 문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이죠.
다만, 평소 공부하라는 말은 비교적 안하는데, 가까운 시일 내 예상되는 '시험 본 뒤 반복되는 대화 패턴'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서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몇 개월 뒤 학교 시험에서 약한 과목 점수를 좀 더 잘 받아야, 시험보고 나서 '학교 선생님이 시험을 어렵게 냈어. 난 이 과목 안 되나봐.' 이렇게 말하는 것을 저도 안 들을 수 있으니까요.
매일 저절로 내적 동기부여가 되서 누가 하라고 안해도 하는 게임을 하듯, 비교적 약한 과목을 조금씩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오래 두루 편하게 읽히기 좋은 글을 직접 쓰고 싶다면, 좋은 책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훔치고 싶은 표현은 필사를 해 봅니다.
마중물이 되는 책들을 읽고 난 후에는 평소 내 속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가라앉아 있다가 책을 읽은 덕분에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이 있어요.
그 것들을 관찰해 보고, 이렇게 저렇게 걸으며 뛰며 며칠 어느 정도 숙성이 되면 그 때 글로 꺼내 씁니다.
발행된 글을 봐주는 소중한 독자의 반응을 살피고, 비교적 좋은 점수를 얻었다면 충만한 뿌듯함으로 자신감 에너지를 축적해 둡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내 글에 대한 반응 성과에 일희일비할지언정, 저렇게 지내다보면 내 속에서 안 꺼내고는 못 배기는 말들이 있어서 글을 안 쓰고는 잠 들 수 없어요. 최근 좋은 책들을 집중해서 읽어 낸 후 겪은 실제 저의 경험입니다. 매번 성적 좋은 글만 쓸 수는 없고, 반응 격차도 천차만별이지만, 어떤 글이든 앞으로도 그저 쓰고 또 쓰는 사람일 수 밖에 없어요.
아이는 저 말을 하고 뾰루퉁한 표정으로 유유히 들어간 방에서 혼자 양치를 하고, 잠시 후 표정이 풀렸어요. 여전히 방에 머물지만, 억지로 책을 펴지는 않아요. 제 질문에 '아이야, 제발 책 좀 읽어라'하는 어떤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본인이 읽고 싶을 때 읽어야 책이 재미있는 거니까, 학교에서 도서관도 가고 거기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책을 빌려서 읽고 저에게 책 내용을 들려주기도 하니, 책을 싫어하지 않은 채로 마음 내킬 때 펴면 좋겠습니다.
공부는 일단 제가 옆에 앉아 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오늘은 쉬라고 내버려 두고, 저는 이렇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홀짝 홀짝 마시며 글이나 쓰고 있어요.
저는 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상황상 자발적 의지로 공부를 많이 했던지라, 아이가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속도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학교 여러 아이들 사이에 머물러, 특성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고려해 '자발적 동기부여'로 좋은 이미지를 가져야겠다고 합니다. 운동장 쓰레기도 줍고, 청소도 성실히 하고, 쉬는 시간은 빠듯한 학원 숙제를 하느라 바쁘다고 하니, 부모 안 보이는 곳에서는 꽤나 열심히 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쉬운 점은 아이의 수 많은 노력에 비하면, 옥의 티인 것 같기도 하니,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잘 들어주면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환경설정 공식이 뭔지 같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요.
장근영 선생님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알고, 부모에게 강연으로 더 나은 대안의 대화를 제안해 주셔서, 이 날 강연 듣고 집에 와서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해 줬어요.
보통 휴대폰
사용 시간 제한 하는 어플이
시간으로 잠그잖아,
게임 중에
퀘스트 단위인 것도
있으니까
(미션하는데 폰 시간 다 되서
죽으면 세상 공허하고 허탈하니)
퀘스트 단위로
게임 시간을
정하는 게 좋대.
저희 집 아이는 폰 시간 제한 어플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더라구요. 그 제한 시간 안에서 잘 계산해서 쓰고 있더라구요. 물론, 아이들끼리 있을 때는 친구들 입장에서 너무 싫다고 공감을 해 줄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시간 제한 어플 쓰는 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라고 말해서 혼자 속으로 '이 녀석 사회생활 잘 하겠네' 생각했어요. 제한이 없으면 다른 할 것이 있어도 폰게임을 계속 하게 될 것을 스스로도 아니까요.
저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 느낀 점, 학교에서 불편한 점, 학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했던 말들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보통의 일상이 좋아요.
제가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한 편으로는 좀 어려운 것이 담임 선생님들이 매년 초 당부 편지 안내문을 주실 때 '아이가 학교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할 때 '무작정 아이 편을 들지 말아달라고, 아이랑 같이 선생님 욕하지 마시고, 우선 선생님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대답해 달라는 당부'를 하시는 것'이에요.
학교 교사의 권위가 과거 우리 학교 다니던 시절은 거의 무소불위의 '신' 급이었다면(체벌도 이상한 짓도 많이 하던 소수의 교사들은 존경할 스승이라는 말이 결코 어울리지 않죠), 요즘은 오로지 성적 향상 실적 중심 주의로 고효율& 효과지향 학원 선생님보다 다소 아래인 것 같은 시절이라서(선생님들의 체감상 느끼는 직업적 자존감의 수준, 애쓰는 교사 친구가 많은 저는 선생님들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행정 업무 부하도 날 뛰는 아이들도 보통이 아니라는 선생님들의 고충을 헤아리면 공감이 됩니다.
아이 말은 일단 잘 듣고, 자초지종을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학교에 문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절차에 맞게 공손하게 예의바르게 화 내지 않고, 들이 받지 않고, 귀와 마음을 열고 성숙한 학부모 답게 물어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상황에 있지 않은 채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라고 하는 것이 솔로몬의 지혜와는 거리가 있어보여서 그렇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학교 부모 참여수업에 참여하는 부모 0명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절대 오지 말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에 띄는 일에 엮여서 또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니 학교 연락도 못하게 막아요. 아이도 못 막는 부모는 아마 엄청 화가 난 상태겠지만요.
생각과 행동을 한 번에 바꿀 수 있을까요? 그 것도 부모의 화가 난 말 한마디로?뒤집힌 컵에는 물 한 방울도 튕겨내는 상태에 과연 어떤 무엇이 컵에 담길 수 있을까요?못한다고 비난하면서 잘 하길 기대하는 것만큼 아이러니가 있을까요? 좋은 피드백 방식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말을 안해도 알아서 잘 하는 사람만 거듭 만나길 바라는 건 리얼 판타지니까, 서로를 위해 어떻게 다가갈지 잘 배웁시다.
저는 비록, 어떤 복잡한 규칙의 게임은 잘 못해도 게임 자체가 좋은 도구이자 e스포츠라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집에서 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거나 스포츠, 복싱을 하는 게임도 있고, 혼자 시간 보내기 좋은 게임, 경우의 수를 많이 고려하는 전략 게임도 있죠.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 몇 달 전에 오프라인 대회가 열려서 선수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가족 모두에게 그저 신나는 축제였어요. 경기장에 응원하러 못 와서 아쉽다고 지인들 인사도 듣고, 경기 결과를 공유하면서도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게임을 좋아하면서 같은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과 교류도 하고, 즐겁게 세상을 탐험하듯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회 우승하면 좋지만, 그건 운도 따라야하니까요. 아이가 프로게이머처럼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알아서 공부하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고요.
지금 내가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뿌듯함을 느끼며 하기, 그게 제가 생각하는 잘 사는 법이에요. 장근영 선생님의 책에서도 진솔한 공부 이야기 '뿌듯함의 경험'과 '일기쓰기' '그림그리기'를 놓지 않고 살아온 사연, 흔히 착각하는 '뇌와 습관'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단계적으로 쉽게 읽기 좋게 풀어주셨어요. 내용을 다 읽고 보니 결코 10대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이 책을 선생님의 강연 뒤에 만나서, 역시 '블로그 포스팅도 꾸준히 하시고, 게임을 즐겨보신 분 답게 책을 튜토리얼처럼 쉽게 쓰셔서 글 읽는 재미를 주시는 군!' 감탄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뒷 장까지 뿌듯하게 탁! 덮었습니다. 작가님 블로그에서 출간 소식을 접한 2025년 신간도 찾아봐야겠어요. 또 얼마나 친절하게 잘 써 주셨을지 기대가 되거든요!
25년 6월 7일 대회 참석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