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보다 서로의 진심에 닿기를

작고도 작은 바람

by 스토리캐처

표현이 어마무시한

글을 우연히 마주하면,


내 글 따위는 갑자기 크기가 확 작아져서 우주의 먼지가 되어 세상에서 잠시 글을 꺼두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 정도로 근사한 감동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글이 아니라면, 세상에 글로 꺼내면 안 되는 건가?' 잠시 고민을 하고, 또 세상 좋은 글들을 또 다시 가만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그러다 문득 담담하게 풀어내는 글을 가지고도 서툰 무엇을 하든 어떻게든 그저 해보는 '당신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어떤 아름다운 말들'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촉촉해져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날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 표현이 조금 투박해도 나름대로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건 괜찮아.' 안심을 하고 '또 글을 써봐야지' 용기를 내 봅니다.


좋은 글을 내고 싶다고 해서 앉아서 글쓰기만 온종일 해야하는 건 또 아니니까, 일상을 나름대로 단순하게 살아내며 부단히 자잘하게 사랑하며, 내 시선으로 유심히 관찰하고 들려오는 세상의 어떤 말들, 소리들에도 가만히 귀 기울여 보곤 해요.


그런다고 해서 당장 뭐가 바로 되는 건 아니지만, 조급증이 전신에 가득찬 자가 나름대로 참을성을 기르는 방법이자 일생동안 거의 같은 범주만 맴도는 경험이 일천한 사람이 가지기 쉬운 일상 관찰자 시선의 연습인 셈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안전하고 의미있는 딴짓이라며 무엇이라도 관심이 가면 좀 더 수집을 할지 말지 알아보느라 잠시나마 그윽히 들여다 봅니다.


유유자적 이리 저리 기웃거리고 귀에 꽂히는 말들은 들리는대로 입력해봐요. 뾰족한 욕이든 평화를 깨뜨리는 분노든 어떤 대치와 갈등 상황이든 친해지고 싶은 존재의 넓은 오지랖이 펼쳐지든 삶속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생생한 현장에서 어쩌다 머물러 있기에 자동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있죠. 당사자가 되면 또 사정이 다르겠지만, 저는 관찰자라서 거리를 두고 그저 들리는대로 귀 기울여 듣습니다.


말끔한 얼굴의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과 나란히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이, 얼굴모를 또래 친구 목소리가 휴대폰을 거쳐 귀에 닿자마자 꺼내는 말의 거의 95%가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관성 있는 욕설인 것이 제 귀에까지 날아와 확 꽂혔습니다.


'저 분이 여태 살며 달리 할 말을 들은 적이 없어서인건가' 생각을 이어 해 보고, 하릴없는 욕 말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때가 살며 분명 있을테고, 삶 속 어떤 계기로 더 이상 그런 말을 안해도 되는 시기가 올테니까 그 때가 예정보다 이르게 오길 바랄 뿐입니다.


그 뒤 떠오르는 내 느낌들과 이상하게 흘러가도록 아무렇게나 내버려둔 여러조각의 떠오르는 생각들을 관찰해요. 글로 쓸만한게 그리 많지는 않지만 괜찮습니다. 반드시 기한 내에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압박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죠. 그 사이 작고 소중한 내 세계의 경계가 야금야금 넓혀지는 것 같다는 기분을 나홀로 뿌듯하게 느끼고, 세상이 보여주는 시선을 부유하며 부지런히 걷고 뛰며 수집해요.


누군가의 잘잘못이나 내 지난한 과거의 아쉬움을 향해 많은 시간 내내 온통 신경을 쏟으면 꽉 막힌 도로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답답함에 그저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몸보다는 마음이 무거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 욕이 튀어나오는 날이면 한 바탕 쏟아보고 후련해지든 말든 별 다른 수 없이 걷든지 뛰든지 그저 앞으로 가고 또 가야죠.


남들이 잘 하나 못 하나를 따지는 마음을 내 속에 가득채우고 가만히 머물러 있기에는 오늘 이 순간에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조차 놓치는 날들이 참 많아요. 절로 흘러갈 수 있게 날려보고,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해요.


다만, 조금 안타깝게도 글이 참 쉽게 써진다는 날은 솔직히 거의 없고, 조금 써보다 잘 안 되서 다음 날까지 또 고민하고 어떻게든 써보려고 몸부림을 치며 어설프게 하나를 남기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래도 또 씁니다. 뭐든 써보려는 마음은 소중한 거니까요. 아무나 그런 마음을 갖지도 않고, 언제나 글을 쓰고 싶은 건 아니어서 쓰고 싶을 때는 그 마음이 떠오른 '지금'에 고마워하며, 자청해서 고생길에 들어서는 셈이죠.


커다랗고 넓게 깔린 폭신한 이붙같은 나의 작고 소중한 브런치스토리 공간이 그런 제게 묵묵히 건네 주는 응원은 '참을성 있는 너그러운 기다림'입니다. 혼자서는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 분명해요. 그래서 제게는 이 공간이 참 고마운 마음의 고향같은 곳입니다. 고마운 마음들이 이 곳을 채우는 글 사이 사이에 고이 담겨 글을 꺼내고 읽고 마주보는 서로를 다정하게 채워주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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