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삶이 그저 허허허
웃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서로 바라보며 웃고 마음껏 떠들며 놀기만 하면 참 좋겠지만, 살아보니 내 지난한 삶 속에 그럴 수 있는 순간이란 반짝 빛나는 보석을 지나치듯 바라보는 것이라거나 벌써 다녀간 뒤에야 알아차리는 이미 달리듯 스쳐 저 멀리 지나가버린 바람의 뒷 모습같다고 느끼곤 해요.
내 두 빰을 스치며 더위를 식혀주는 가을 바람이 그리운 이의 따스한 두 손바닥 같은 9월이 되었습니다. 바람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이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흔들흔들 흔들림의 진동을 일으키며 잠시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깁니다.
답답한 마음을 '내가 내 나이가 내년에 오십이야'는 말로 토로하던 이가, 저의 잘 생긴 소중한 오빠라 부르던 형제가 저를 이리 저리 흔들리게 그 자리에 두고 홀연히 이 세상을 지나 오래오래 그토록 바라던 자신만의 편안한 안식처, 평온한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2025년 9월 8일 다정함만 담아 내던 길한 숨을 멈추어, 9월 11일 자연의 흙 곁에 놓아주었습니다.
오빠이자 제 형제인 한 분의 소중한 삶 속에 만난 분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한결같아서 참 '자기답다' '대쪽같네' '자존심이 꼿꼿하네' '피해주는 걸 싫어했어' '일을 꼼꼼하게 남들보다 더 많이, 찾아서 잘했지' '아쉬운 소리 한 번을 못하지' 참 복잡다단한 감정에 이리 저리 휘둘리며, 이런 많은 생각과 느낌들 가운데 평소 드문 드문 가끔 듣고 본 그 한 사람의 삶의 모습들에 머물러 보았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건 마치 내게 다가와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는 것과 같아서 그대로 내버려두고, 언제까지 그래야한다 기한을 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슬픔 안에 머물며 일상이 바쁘다며 까맣게 잊고 지내던 가족들의 삶, 또 어김없이 소환되는 나의 엄마 아빠의 모습도 기억 안에 떠올립니다.
내가 결코 선택한 적 없는 운명의 우연한 조합으로 맺은 가족은 솔직히 끊어낼 수 없는 애증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좋든 싫든, 버겁든 말든, 꼴도 보기 싫든 말도 듣기 싫든 지긋지긋하고 원수보다 더 웬수같고 말도 안 듣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야 마는 고집불통이든 어떻든 간에 혈연이라는 묵직한 끈은 참 정답이라는 것이 아예 없을 때가 많죠. 이번 주 내내 일렁이는 마음 위에 돛단배를 띄워두고 흔들리며 내 눈물로 이룬 바다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성서로운 좋은 '기'와 '운'만을 모셔다가 '운명'으로 삼아 멈추지 않는 물결인듯 흐르며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출렁이는 파도처럼 부단히 움직이며, 감히 당당히 마주하기 버거워 외면하고 과감히 뒤로 미루었던 가족들 살피기 연락하기, 돌아보기 행동에 우선순위를 높여보리라, 활짝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는 이의 뒷 모습에 더 없이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작별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 함께 순수하게 웃고 즐기던 고귀한 어린 시절의 자잘한 추억과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을 웃음과 함께 떠올릴 수 있게 해줘서 진심으로 고맙고,
참 잘 살았다고,
그동안 너무 고생많았고,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순수하고 여린 마음과 지난 고통들은 다 잊고,
가볍게 천국 여행하라고
우리 잘 살고 있다가 다음에 만나자고
여기는 걱정 말고 훨훨 날아올라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놀며 쉬며 마음 편하라고 말이죠.
잘 가.
잘 가요.
여기 챙길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멀리 못 나가.
부모님이 두 분 다 떠나셔서 더는 없을 인연, 제 형제인 소중한 이의 삶을 반추하며 쓴 추모글을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보석처럼 단단하고
촛불처럼 흔들리나
결코 지지 않을
꽃으로 탄생할
소중한 사람을 위한 기도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떻게라도 살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길목들 위에
부단히 서 있던 사람
아름다운 중심과
사람을 좋아하는 순수함
사랑스러운 향긋함
같이 있을 때
해맑게 웃는 모습만을
보고싶어하던
맑고 투명한
고순도 유리
진심을 간직한 사람
귀로 듣기에
거슬림 하나 없이
좋은 말들만 듣길
짧은 스침에도
마음에 따스함만
남기는 사랑들만
하나 하나
소중히 그러모아 가득담길
지극히 양심적인
성실함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삶
풍류와 멋을 알고
살맛나는 맛있는음식과
더불어 친구들과
남김없이 나누며
살고자 했던
함부로 고개 숙이지 않는
고고한 선비 기질을
끝내 놓지않은 한 사람
꽃 향기를 풍기며
중력을 거슬러
가벼이 날아올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며
정처없는 자유만 꼭 쥐고
오래 꿈꾸던 여행을 떠나는
귀한 사람을 위한
기도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