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그렇게 살기가 힘들고, 그렇다 그렇죠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주 돌아보는 편이에요.
브런치에는 진짜 글을 영롱하게 쓰는 작가님들이 많고, 스레드를 하지 않았다면, 문수림이라는 분, 음훼훼훼로 재기발랄한 웃음을 표현하는 유쾌한 작가님 한 분을 저는 영원히 모르고 살 뻔했죠. 그래서 사람 인연이라는 건 참 알 수 없어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내가 미래에 나누고 지낼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걸요.
이어지는 카톡 대화는 전에 같은 직장에 있었던 동료 J님과 나눈 이야기예요.
뭐라도 해 주고 싶고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전 회사 동료인데, 이 분은 같은 회사 소속이기만 했을 뿐 한 팀도 아니었고, 단 몇 번 대화 나눈 것이 전부지만, 수 년이 지난 후에도 제 마음에 이토록 오래 남아 있는 계기가 있어요.
저와 같은 팀에 있었던 분에게는 그래도 제가 선배로서 제 나름대로 선의를 베풀 기회도 왕왕 있고, 능력과 권한이 허락하는 한 나름대로는 그 자리가 힘겹지 않을 순 없지만 그래도 덜 고생스럽게, 내일이 오는 게 무섭지 않고 불안하지 않도록 중요 정보를 미리 공유해 준다거나 그래도 압박없이 편안하게 스트레스 없는 상태로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킬 수 있게 애를 써본다거나, 또 어쩌면 슬프게 들리겠지만 한정된 재화 내에서 회사 운영상 필수 불가결해 보이기도 하는 TO조정을 위한 퇴사 압력에 대해 이 분이 반드시 필요한 인재인 이유를 나름대로 힘껏 어필해 볼 수도 있었겠죠.
당시 다른 팀에 계셨던 이 분께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다 기회가 되서 참 슬픈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안은 심히 충격적이었지만 그 상황을 해결하는 건 제 능력 밖의 일이었고, 그냥 듣기만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 제 마음에도 깊게 상처가 났던 것 같아요.
우연히 그 어떤 대화라도 나눴다면 제 기준에선 더 이상 사소한 인연이 아닌거예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분들 모두를 제 기억력의 한계 때문에 생생하게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 와중에도 한참 지난 후에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인연이 몇 있고 그 분들 중 한 분인거죠.
제 기억이 허락하는 한, 괜히 내 탓도 아닌데 당시 그 분 상황에서 도와주고 싶지만 구할 수 없어 가졌던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왜 그런 건지 참 알 수 없는데 '부채감'이라고 할게요. 제 안에서 지우고 있지 않았던 '미안함에서 비롯된 상처난 그 자리'를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과 메신저 대화로 다시 꺼내서 다 나을 때까지 짚고 살피는 거죠. 셀프 간호인 셈이에요.
솔직히 쉽게 꺼내기 힘든 깊은 속마음 상처를 기꺼이 보여주는 상대방의 용기에서 저를 향한 신뢰를 짚고, 그 것을 진심으로 고맙게 느끼며 그 마음에 정성스럽게 보답하고 싶은 것인 셈이죠.
타인에 대한 마음 표현은 제가 저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해요. 그리 착하지는 않지만, 되게 엄청 유능한 사람 능력있는 사람이 늘 되고 싶었던 제 오랜 욕망이 투영된 거예요.
그토록 짧은 인연이 사는 공간도 다르고 만날 계기도 없던 분과 수 년째 이어지는 건 '도와주고 싶었던 제 마음' 구원자가 되고 싶던 제 과한 욕심때문인 셈이죠. 말도 안 되겠지만 감히 슈퍼파워를 꿈꾸는 건 과욕인지 닿을 수 없는 이상인지, 더불어 살기에 최적화된 사회성 패치 완료 인간미인지 어디 갖다버릴 쓸 데 없고 괜히 돈과 시간쓰고 에너지만 드는'오지랖'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살던대로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이게 다 내 맘 편하자고 이러는 거니까요. 솔직히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의도는 다분히 이기적이지만, 그리 이기적인 사람처럼 댓가나 보상을 바라거나 셈하는 이처럼 계산적으로 굴지 않고 제가 기꺼이 줄 수 있는 것만 드리고 마음을 솔직 투명하게 표현하면 되니까요.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 돕고 싶은 한 사람이라고요.
몇 년만에 드문 드문 다정다감한 대화를 나누며 또 기약없는 식사 약속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엔딩 즈음에'무해하신'이라는 말을 저에게 들려주셔서 그 키워드가 또 일상을 살며 문득문득 떠오르더라구요. 언어는 참 희한한 힘이 있어요. 무해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고 싶어지는 거 있죠.
저는 분명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떤 상황에선 무해하기보다는 해로운 사람이기도 해요. 때로는 무해함을 꺼내고 싶은데 그 보다 앞서 엄청난 괴력의 무기력감이 저를 사로잡을 때가 있고, 그 때는 바닥에 내리꽂히는 기분이 들죠. 이럴 때 다시 예전 텐션 위치로 튀어오르려면 한참 애를 쓰고 돌고 돌아서 쎈 충격에 구멍이 생겨 잔뜩 찌그러진 공에 바람을 채워 넣듯 '건강하게 충전할 무언가'를 갈급하게 되고요. 그럴 때 가장 쉽고 빠른 처방은 저에게는 바로 '책'이에요.
손바닥 만한 짧은 소설이 옆편이라는 것도 이 작가님을 통해 알게 됐어요. 솔직히 모르고 살아도 지장은 없는 건데, 너무 소설과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에서 '코 박고 머리 박고 그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살았네' 이런 혼잣말을 하는 거죠. 생각해보니 '여편네'라는 말은 누가 누군가를 지칭해서 말해서 들었던 것은 아직 기억하고 있네요.
500자 소설은 스레드 글자수 제한에 딱 맞춰 엽편보다 더 짧고, 저 사진 속에 보이는 책 2페이지 안에서 한 편의 소설 이야기가 펼쳐져요. 저는 제 삶이 이미 충분히 막장 소설 같고 자주 정신 못차리겠어서 그런지 제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욕망이 아주 커서, 소설은 잘 못 쓰겠더라구요. 그러니 제가 소설가를 보는 시선은 '아주 대단한 작자들'인 셈입니다.
설정 인물과 서사를 담은 이야기로 한 편의 작품, 극을 만들어 본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임과 동시에 아무나 하지 않는 것이죠. 글은 누구든지 쓰면 되지만, 끝까지 쓰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작가로 살기로 작정한다는 건 단지 '좋아서'만은 아닐거예요. 계산적인 시대에 살면서, 큰 돈이 안 되지만 그래도 출판과 출간을 업으로 선택하는 건 '나 자신의 욕망과 세상 속에 존재하는 의미와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철학' 그리고 '내 이름으로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텍스트로 가다듬은 속마음'이라고 봐요. 참 하고 싶은 말이 저처럼 많은 것이고, 그 표현 방식이 '소설'인 셈이죠.
소설들이 짧게 구성되니 양쪽 페이지만 보면 되서 좋은 점은 저는 소설 속 등장인물 이름을 잘 못 외워서 페이지 역주행을 굉장히 자주하거든요. 나쁜 머리를 스스로 탓하지는 않고, 다양한 등장인물인데 특히 해외 소설은 이름도 영 낯설어서 퀴즈 문제 푼다 생각하고 페이지를 왔다 갔다 반복해요. 이러니 제가 힘들 때는 등장인물이 많이 출연하는 소설을 편하게 볼 수 없는거죠. 그런 거 없는 쉬운 책들만 손이 가는 거예요. 세상 살기가 너무 빠듯해서 사람들이 더 쉬운 폰만 스크롤링하고 잠들고 일어나는 것이니, 책이 좋은데 왜 책들을 안 보냐고 탓할 수는 없어요. 절실하거나 취미가 아닌 이상 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것도 챌린지이자 도전이니까요.
그런 더 없이 빠듯한 시간을 정신없이 사는 와중에 이동하다가 카페에서 잠시 머물러 있을 때, 어딘가 오고 가다가 내 짧은 집중력을 탓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짧은 소설, 그게 바로 <문수림의 500자 소설>이라고 봐요.
마음에 닿는 소설이 그 때 그 때 다른 것을 보니, 이 것도 백에 넣어두고 넘겨보면 글자들이 건네는 이야기, 행간 여백에서 울려퍼지는 '내 안의 메아리'를 들어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시끌벅적한 카페 안, 옆 자리에 앉은 분들이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만 꺼내지 않는다면 언제든 충분히 책 속에 오래 머물 수 있어요.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북적북적한 카페 안에서 홀로 책을 보는 것을 기특하게 바라보시는 어느 어머니도 계셨는데, 책을 펴기만 하면 어느 세계로든 금방 떠날 수 있으니 쉽게 나만의 여행을 떠나기 좋은 책을 늘 들고 다녀요. 솔직히 다른 거 하느라 그 책을 안 볼 때가 더 많아서 화를 쫒고 복을 부르는 든든한 심리적 안전장치나 '반려책' 또는'애착책', 행복과 행운의 책 정도 되는 셈이죠.
게임에서 저 멀리 날아갈 때 쓰는 점프 도약판 혹은 문 하나로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나누는 드림게이트가 아닐까, 책은 그런 의미가 있고, 그 문을 열고 펼쳐질 세계를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건 참 뿌듯한 일 아닐까!싶습니다.
수림스튜디오의 실험 <문수림의 500자 소설> 의 문을 한번 열어보시죠. 500자라는 형식 안에서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다양한 소설이 있어 '작가의 상상력'과 그에 비해 '나의 부족한 상식'도 아주 잘 보입니다. 즐겁게 책도 보시고, 책을 읽고 나서 마중물 삼아 내 안에서 떠오르는 것들도 붙잡아 글도 꼭 남겨주세요. 별거 아닌 생각인줄 알았는데, 써 놓고 보면 아주 근사할거예요. 이게 바로 글의 힘이죠. 쓰다보면 늘고, 늘다보면 계속 쓰고 싶고, 능력의 한계에 봉착하면 좋은 글을 찾아보고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또 그렇게 나를 성장시켜서 또 쓰는 거예요.
전에 브런치에 소개해 드린 문수림 작가님의 다른 책도 같이 보세요. 쓰다보니 굉장히 길어졌는데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https://brunch.co.kr/@kk02me/308
문수림 작가님의 브런치
https://brunch.co.kr/@roseandfox/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