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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Jan 05. 2023

부디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아픈 뒤에 알 수 밖에 없지만

나중에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되더라


간 농양이라는 병은 엄마의 심장이 멎은 그 날 알게 됐다.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 어떤 징조가 있을 때 요양원 간호과장 선생님이 산부인과를 가보라고 했다. 가까운 산부인과를 다녀왔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간 농양이었던 거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지금 드는 생각은 그 때 엄마를 대학병원에 모시고 갔어야 했다.



대체 일이 뭔지,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바쁜 일을 핑계로 진지하게 엄마의 상태에 대해, 큰 병원에 정밀 검사 진료를 고민해 볼 틈이 없었다.


돌아가시고 나서 마음이 편치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제 때에 적절한 처치를 못해 드리고, 고통 속에 방치한 것이 너무 죄송해서 였다. 돌아가시고 난 뒤에 후회 따위는 소용없지만 홀로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제는 아버지가 이상히다.


내 아버지는 수년 전에 돌아가셨고, 시아버지의 몸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몇 년 전 신장암으로 한 쪽 신장이 없는 상태로 식이조절 위주로 살고 계시는데, 작년 중순부터 어깨가 심하게 아프셨다. 인대가 끊어졌다고 인공 어깨 관절 수술을 해야한다고만 들었는데, 작년 말 올해 초에는 4번 목뼈가 없어져서 전이를 의심하는 상황이다.


이번 주 안에 정확한 진단이 나올 것이라서 하루 하루가 예전같지 않다.


시아버지의 인생도 참 쉽지 않아보였는데, 연세가 많지 않은데도 많이 앓고 계신다. 시기적으로 시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시할아버지가 그 뒤에 소천하셨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갑작스럽게 많이 아프셔서 그간 부모님 봉양하느라 젊다 생각하고 고통을 무심코 참고 넘기신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의료진분들께 잘 치료받아서 부디 고통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셔야 할텐데 기도하게 된다.


작년 말에 친한 친구가 과수원 하시는 아버지가 전립선암 말기 진단 받았다고, 바보처럼 참고 진통제만 먹다가 늦게 발견했다고 슬픈 소식을 전하던 그 때, 친구에게 위로를 건네던 그 날에 나의 시아버지도 고통을 참고 계셨다.


다들 왜 이렇게 아프실까, 어른들이 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싶다고 하시는 말씀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잠도 못 이루고, 너무 아파서 죽겠다. 자다가 안녕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셨다.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시아버지에게 완쾌의 기적이 있기를.

제발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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