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 12
미국 지폐 앞면에는 미국의 역사적 인물 얼굴이 그려져 있다. 역사적 인물이래 봤자 대통령이 대부분이고 모두 정치인이다. 그리고 모두 남자이다. 우리 지폐에는 신사임당이라는 여류인사가 등장하지만 미국은 아직 여성이 지폐 속 인물로 채택된 적이 없다. 그러니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등장하기는 더더욱 오랜 시간이 흘러야겠다. 그러나 주화에는 여성이 새겨져 있고, 백인이 아닌 미국 원주민도 등장한다.
미국은 위조지폐를 단속하는 기관이 따로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에 있는 시크릿 서비스(USSS, United States Secret Service)라는 기관인데 1865년에 창설되었으니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이 기관은 남북전쟁 중에 위조지폐가 대량 유통되었기 때문에 창설되었는데 1901년에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암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요인 경호업무가 추가되었다. 이 기관의 이름인 시크릿 서비스는 <비밀검찰국>, <비밀수사국>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 같다. ‘경찰학사전’이라는 책에서는 <비밀경호국>이라고 번역했다는데 요인 경호업무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인 것 같고.
화폐를 들여다보노라면 화폐가 참 많은 말을 건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특히 1달러 지폐 뒷면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여기에 완성되지 않은 피라미드를 집어넣은 이유는 뭘까? 이 피라미드 하단에 적인 MDCCLXXVI은 뭐고, 피라미드 상단에 그려진 눈은 또 뭘까? 피라미드 위 아래에 적힌 라틴어는 뭐고… 프리메이슨과 관련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한국은행에서 지폐를 발행한다. 그리고 이 한국은행은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일반 시중은행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 <한국은행>의 영어 표기가 <Bank of Korea>이다. 미국에 Bank of America라는 은행이 있는데 이 은행은 Bank of Korea는 급이 다르다. Bank of America는 그냥 민간은행의 하나 일뿐이다. 우리의 한국은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폐(紙幣)와 비슷한 말로 지전(紙錢)이 있다. 우리 민속에서 지전은 한지나 창호지를 사용해서 만드는 돈인데, 저승에서 죽은 사람(망자, 亡者)이 사용할 돈이다. 중국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위해 저승으로 돈을 보내는 습속이 있는데 그때 사용되는 돈이 지전이다. 저승으로 돈을 보내는 방법은 그 돈을 태우는 것이고. 즉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태우는 가짜 돈이 지전인 것이다. 금액도 어머어마하다. 종이 한 장에 억 단위 이상의 금액이 적혀있는 것을 본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