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도 손가락 나름
‘달을 가리키면
달을 바라보아야지
왜 손가락을 보느냐’
는 말이 있다.
그럴듯하다.
맞다.
본질은 달인데
본질인 달을 바라보지 않고
본질이 아닌 손가락을 보고 있으면
좀 그렇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달을 가리키는 그 손가락이
진실한 손가락이 아니라면?
이때에도
진실하지 않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만나면
달을 바라보기 전에
먼저 그 손가락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달을 가리키는 그 손가락이 진실한 손가락인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진실한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면
달을 바라보며
그 진실한 손가락이 의도하는 바를 알아보겠지만,
만약 달을 가리키는 손이 진실하지 않다면
그 손가락이 의도하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
진실하지 않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에 시선을 주는 것은
이미
진실하지 않은 손가락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손가락도 손가락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