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성조기의 또 다른 모습

미국 들여다보기 (33)

오래전 어떤 나라에서 진행된 국제 시합에서 우리의 태극기를 잘못 게양한 경우가 있었다. 태극기를 달 때에는 태극기의 한가운데에 있는 태극의 붉은 부분이 위로 가고 파란 부분이 밑으로 가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때 진행 담당 부서에서 태극의 파란 부분이 위로 가게 태극기를 달았던 것이다. 한 나라의 상징인 국기를 그렇게 잘못 달았으니 큰 실수이며 대단한 결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도 아주 가끔은 다른 나라의 국기를 잘못 다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가로로 굵은 띠 색상으로 구성된 국기의 경우인데 아차차 한 순간 잘못으로 위아래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를 세로로 다는 경우에도 잘못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성조기를 세로로 달 때에는 주의 깊게 잘 살펴볼 일이다. 성조기를 세로로 다는 것이 우리 태극기를 세로로 다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태극기를 세로로 달 때에는 태극기를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시킨 후 그대로 다는 것으로 끝이다. 그 결과로 가로로 달 때 위에 있던 태극의 붉은 부분이 세로 태극기의 오른쪽에 가고, 아래에 있던 파란 부분이 왼쪽으로 가게 된다. 태극기는 간단한 편이다. 회전하는 90도가 시계방향인지 반시계방향인지만 기억하면 된다. 시계방향이다.


그런데 성조기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성조기를 세로로 달 때에는 태극기처럼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태극기를 세로로 다는 것처럼 성조기를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한 후 세로로 달게 되면 성조기의 파란색 사각형 부분이 오른쪽 상단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달면 안 된다. 성조기는 세로로 방향을 전환하더라도 별이 그려진 파란색 부분이 오른쪽 상단이 아니라 왼쪽 상단에 있어야 한다. 즉 성조기는 가로로 달든 세로로 달든 그 어느 경우든 별이 그려진 파란색 부분이 항상 왼쪽 상단에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매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가로로 게양된 성조기는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든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든지 그 어떤 방향으로 회전시켜도 파란색 부분이 왼쪽 상단으로 가지 않는다. 물론 성조기를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한 후 성조기를 뒤집는다면 파란색 부분을 오른쪽 상단으로 가게 할 수가 있지만 대부분의 성조기는 한쪽 면만 사용하기 때문에 뒤집으면 색상이 연해져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결론. 가로로 달기 위한 성조기가 따로 있고 세로로 달기 위한 성조기가 따로 있다. 세로로 달기 위해 별도로 만든 성조기는 왼쪽 위에 파란 바탕에 별이 들어가 있고 빨간 줄과 하얀 줄이 세로로 늘어서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성조기는 가로로 달든 세로로 달든 그 어떤 경우에도 파란 사각형 부분이 왼쪽 상단에 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태극기를 세로로 달듯이, 가로로 걸린 성조기를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시킨 후 그대로 세로로 다는 경우를 가끔 본다. 한인이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 같은 곳에서 그런 것을 볼 수 있고 한인 단체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장에서도 보게 된다. 한인 신문의 광고에도 그런 것을 볼 수 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성조기를 그냥 가로로 달든지 세로용 성조기를 별도로 준비해서 달든지 해야 한다.


국기는 나라의 상징이며 얼굴이다. 성조기를 세로로 달 때에도 파란 사각형 부분이 왼쪽 상단에 있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만약 그런 성조기가 따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세로로 달지 말고 그냥 가로로 달면 된다.


성조기의 또 다른 모습을 하나 더 소개한다. 군복에 성조기 패치를 다는 경우다. 군복의 팔 상단 부분에 성조기 패치를 다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이다. 오른팔에 달거나 왼팔에 달거나. 왼팔에 다는 경우에는 성조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오른팔에 다는 경우에는 성조기 모양이 조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알다시피 성조기는 왼쪽 상단에 별이 있는 파란 직사각형이 있다. 문제는 성조기 패치를 옷의 오른팔 상단에 달게 되면 성조기의 그 파란 직사각형이 군인의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되고 앞으로 전진하기만 해야 하는 군인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성조기의 그 푸른 직사각형을 앞으로 옮긴다. 즉 성조기의 왼쪽 상단에 있던 파란 직사각형이 오른쪽 상단으로 이동한다. 미군을 만나거나 미군이 나오는 영화나 사진을 관심 기울여 살펴보면 성조기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른팔에 달기 위해 별도의 성조기 패치가 만들어진다.


이런 원리는 버스 측면을 성조기로 장식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운전석이 있는 쪽인 버스의 왼쪽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성조기 즉 파란 직사각형이 왼쪽에 가 있는 성조기로 장식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승강구가 있는 버스의 오른쪽에는 성조기의 파란 직사각형이 성조기의 오른쪽에 가 있는 성조기로 장식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버스의 어느 쪽에서 보아도 성조기가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 주화: 페니·니클·다임·쿼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