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영화 세 편

공격과 방어의 그 치열함이라니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변호사가 나오거나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좀 더 특별한 관심을 갖고 보았다.

법학과 출신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날카로운 공격과 방어의 숨 막히는 전개와

헉 소리 나는 반전이 있는 영화.

많은 법정 영화가 있는데 그중에서 여기서는 세 편만.




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년, 미국 영화.


여기의 12인은 미국식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을 말한다.

한 소년이 살인죄로 기소되고 그에 대한 배심원들의 평결 과정이 줄거리다.

심리가 벌어지는 법정이 조금 나오고

영화 대부분이 조그마한 방에서 벌어지는 평결 과정을 다루기 때문에 화려한 볼거리는 전혀 없다.

그래서 영화를 끝까지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한 영화다.


배심원의 처음 표결에서는 유죄가 11표이고 무죄가 1표이다

그런데 이것이 유죄 0표 무죄 12표로 바뀐다.

11:1가 0:12로 바뀌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시려나?


이 영화에서 배심원들의 처지와 심리를 묘사한 것을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롭다.

평결의 결과는 타인의 삶에 관한 것일 뿐이기에

평결 결과에 따라 피고인의 생명이 좌지우지되더라도

일단 자신의 일에 더 관심을 갖는 인간상……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 영화가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 ‘배심원들’이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재판 과정보다는

여자 재판장과 나이 든 여자 배심원 사이의 대화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배심원 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말하자

재판장이 ‘처음이라 힘들지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배심원이 이렇게 말한다.

‘처음이라 잘하고 싶어서 그래요.’

우리네 삶도 매일매일이 처음인데 그렇다면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 퓨 굿 멘. A Few Good Men. 1992년, 미국 영화.


이름값 하는 세 배우 탐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가 출연한다.

쿠바 코 앞에 있는 관타나모만에 미국 해군 기지가 있다.

거기에서 한 해병이 가혹행위(Code Red)로 숨지는데

이것에 관한 군사재판이 주요 내용이다.

군 검찰은 가혹행위를 입증하려 하고,

해병대 측에서는 그런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도는 군사법정.


이 영화에서 법정 장면의 백미는

근무수칙 규정집을 놓고 벌이는 대결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해병대 측에서 규정집을 손에 들고 나와서는

'이 규정 어디에도 Red Code에 관한 내용이 없다

그러므로

기지 안에는 Red Code가 없다.'

고 주장한다.

탐 크루즈가 그 규정집을 건네받아 들고서

'이 규정집 어디에도

화장실 가는 법에 관한 내용은 없다.

이 규정집에는 없는데도

해병들은 화장실에 간다.'

고 반박한다.


아… 이 통쾌함이란…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를 그대로 사용해서

상대방이 진술한 그 논리 그대로

멋지게 반격한 것이다.


게다가

법정에 출석한 기지 사령관 잭 니콜슨을 심리적으로 흔들어

법정에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도 이 영화 또 하나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설리. Sully. 2016년, 미국 영화.


법정이 아니라 조사위원회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지만

책임소재를 따지는 치열한 공방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양측의 논리의 전개는 법정에서의 다툼과 다르지 않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주인공이 그걸 찾아내고

조사위원회에서 주장하는 장면이 멋지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책임소재를 다투는 당사자들이

각자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무척이나 충실하다는 것이다.

공격하는 사람이나

방어하는 사람이나

참 열심이다.




법정영화는

항상 재미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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