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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 유감

한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

숫자 7이 두 번 들어가는 날인 7월 7일이 칠석이다.

한자로는 七夕이라고 쓰는데 일곱 칠(七)에 저녁 석(夕)이라는 글자가 만난 단어이다.


세상만사를 음양(陰陽)의 기운(氣運)으로 해석하는 입장에서는

숫자에도 양(陽)의 기운과 음(陰)의 기운이 있는 것으로 본다.

1, 3, 5, 7, 9는 양의 수 즉 양수(陽數)이고,

2, 4, 6, 8,10은 음의 수 즉 음수(陰數)이다.


달력에는 같은 양수가 둘이 든 날들이 있다.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이다.

그리고 이 날들은 각각 의미가 있다.


1월 1일, 설날.

한 해가 시작된다.

3월 3일, 삼짇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5월 5일, 단오.

그네 뛰고 창포에 머리 감는다.

7월 7일, 칠석.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지내던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난다.

9월 9일, 중양절.

양(陽)수 중에서 가장 큰 수인 9가 두 번 중(重)첩해서 든 날이라서 양의 기운이 극대화된 날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여기에 적은 날들은 모두 음력이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 삼짇날은 음력 3월 3일, 단오는 음력 5월 5일이다.

칠석은 음력 7월 7일, 중양절은 음력 9월 9일이다.


다시 칠석으로 돌아간다.

음력 7월 7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지내던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하루

까마귀와 까치(또는 까막까치)가 만들어준 다리(오작교 烏鵲橋)에서 만나는 날이다.


그리고 칠석에 관한 그림들을 구글에서 찾아보면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다.



남과 여가 '만난다'는 점과 그 장소가 '다리'라는 점이 눈에 뜨인다.

그리고 그 만남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배경으로 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칠석의 석(夕)이 ‘저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달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 이해된다.

그 달은 둥글고 환한  ‘보름달’로 표현되어 만남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자, 여기서 잠깐 멈추자.


앞에서 얘기했듯이 칠석은 음력 7월 7일이다.

음력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므로 보름달은 음력으로 따져서 대략 그 달의 15일 즈음에 뜬다.

정월 대보름이 음력 1월 15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음력 7월에 보름달이 뜨는 것은 음력 15일 즈음이다.

음력으로 ‘7일’인 칠석에 뜨는 달은 반달이다.

칠석인 음력 7월 7일에는 보름달이 뜨지 않는다.

그런데 구글에서 찾아보면 추석에 관한 그림에 달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 달은 여지없이 보름달이다.


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그 분위기를 살리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칠석인 음력 7일에는 보름달이 뜨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보다 엄밀히 말한다면

‘칠석’이라는 단어를 ‘음력’ 7월 ‘7일’과 연관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관시키지 않는 것은

한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고.


우리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한자를 마냥 배격해서는 안된다.

한자 또한 우리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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