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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두뇌가 받은 위로

여기 두 인물의 특징을 비교하는 글이 있다.

그 두 인물의 두문자는 ‘ㅇㄷ’과 ‘ㅇㅇ’이다.


먼저 ‘ㅇㄷ’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큰 꿈과 야망을 안고 있다

2.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3. 날마다 노력을 거듭하며 꿈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4. 실패해도 기죽지 않는다

5. 조직적으로 행동한다

6. 잘 웃는다


다음은 ‘ㅇㅇ’의 특징이다.

1.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2. 상대의 꿈을 저지하는 것이 삶의 보람

3. 단독으로 움직이거나 소수의 인원으로 행동

4.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난 이후에 행동

5. 수동적인 자세

6. 언제나 화가 난 상태



자, 이제 선택해보자.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특징인가?

바람직한 특징이 더 많은 것은 ‘ㅇㄷ’인가 ‘ㅇㅇ’인가?


이번에는

‘ㅇㄷ’은 ‘악당’으로 바꾸고

‘ㅇㅇ’은 ‘영웅’이라고 바꾸어 놓고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특징인지 다시 선택해보자.



사실 오래전 인터넷에서 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의로운 영웅’과 ‘악당’을

다른 식으로 표현했기에 무척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자료를 보면서 딱 떠오른 것이 최인훈 작가의 희곡이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동생 흥부를 사람 만들기 위해

모진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형 놀부.

공양미 삼 백석을 위해 임당수로 뛰어들어 용궁으로 간 게 아니라

‘용궁’이라는 매춘업소에서 성 유린을 겪은 심청.

낙랑과의 평화를 위해 고구려 왕실로 시집온 호동왕자의 의붓어머니와

낙랑의 자명고를 찢어버린 낙랑공주가

너무나도 똑 같이 생긴 일란성쌍둥이.


그동안 알고 있던 것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서 세상에 내놓은 작가.


1970년대 젊은 시절에 그 희곡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회의하고 의심하는 내 회색 두뇌는

'나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받았다.



최인훈.

그의 소설 ‘광장’과 ‘라울전(傳)’을 좋아했고,

그의 희곡 ‘놀부뎐’,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둥둥 낙랑둥’을 좋아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작가.



그의 작품 중에 ‘회색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나는 ‘회색 두뇌’라는 표현을 좋아해서 자주 사용하는데

그 소설의 제목에서 영향받았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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