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지금의 삶이 대단한 이유

현재를 사는 모든 생명에게 경축

며칠 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피터 씨 만났는데

그가 말했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그 위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 위의 까마득한 할아버지.

제게 오기까지 한 번도 단절이 없었어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아……’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은

까마득한

정말이지 까마득한

저 멀리의 과거로부터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500년

왕의 자리가 항상 맏아들에게만 전해진 것은 아니다.

그렇듯이

내 방계 선조 중 그 어느 분은 후사 없이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내 직계 선조 중에는 단 한 분도

후사 없이 생을 마친 분이 없었다는 얘기다.

참 대단한 일이다.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었다.


더 나아가 진화설을 도입해본다면

어쩌면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수 만 년, 수 억 년 그 장구한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이

지금의 내 생명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정말이지

정말이지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지금

넉넉지 못한 살림에

높은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긴 세월을 단 한 번의 단절 없이 내려온 생명 전달의 결과로 내가 있으니

다른 것 다 떠나서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말이다.


그러니

힘내자.

이 얼마나 기쁜 삶인가.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모든 생명은 다 같다.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었기에 현재를 사는 모든 생명은.

작가의 이전글 지옥의 효용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